원주서 만나는 이색 박물관

산들이 빨간 옷,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가을. 쾌청한 날씨 탓인지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혼자만의 일탈 여행, 친구와의 우정 여행, 연인과의 달콤한 여행, 가족과의 추억 여행 등 누구와 떠나도 설렌다. 그러나 여행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고민을 하다 보면 설렘은 어느새 사라지고 짜증이 밀려오기 십상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역사, 문화, 미래가 공존하는 원주 박물관 여행을 추천한다.


 

▲ 원주 한지 테마파크 전경


치악산 중턱서 판화 멋 느끼다

亞 고판화 4000점 소장… 템플스테이·판화 만들기 가능

■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많은 고(古) 판화를 볼 수 있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해발 600m에 달하는 치악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고판화박물관은 명주사 주지 스님인 한선학 관장이 18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하나 둘 모아온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등 아시아 고판화 4000여점이 소장돼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희귀한 고판화 원본, 인출 서적, 능판화, 시전지판, 부적판, 원본판화 등으로 희소성을 자랑한다. 특히, 조선시대 최고 목판으로 불리는 ‘오륜행실도’를 비롯해 ‘용비어천가효종본 1·2권 능화판’, 강원유형문화제 515호인 ‘안심사판 제진언집’, 일본 ‘조선통신사행열도 목판본’ 등을 만날 수 있어 고미술의 고결한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또 박물관장인 한선학 스님은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소장 작품을 얻게 된 배경, 작품의 설명, 고판화 가치, 역사적 전통성 등을 설명해 고판화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즐겁게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다.

그밖에도 고판화박물관에서는 명주사와 연계한 1박 2일 템플스테이, 목판화 티셔츠 만들기, 단체 판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는 ‘제4회 원주 고판화축제’도 열리는 만큼 직접 방문해 전통의 미(美)를 느껴보길 바란다.



한지 역사·우수성 ‘한눈에’

공예·상품 개발 육성… 그림전·기획 초대전 풍성

■ 원주한지테마파크

원주는 예로부터 한지의 본고장으로 불려 왔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가 원주 지역의 대표 특산물로 기록돼 있다.

현재 호저면으로 불리는 곳도 일제강점기 때 저전동면과 호매곡면이 통합되면서 생긴 곳인데 그중 한 마을이었던 저전동면의 저자가 닥나무 저(樗)를 사용했을 정도로 닥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까지 원주 한지는 펄프종이에 밀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 왔다. 이에 원주 한지의 역사적 계승과 발전을 위해 지난 2010년 무실동에 ‘원주한지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는 한지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한지공예체험, 상품 판매, 상품 개발 등 원주 한지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지테마파크는 크게 한지 역사실과 기획전시실로 구분해 각종 작품을 전시하며 원주 한지의 역사와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1층 역사실에는 한지의 역사, 종이의 시작, 한지 제작과정, 한지 유물, 한지 생활품 등을 전시중에 있고, 2층 기획전시실에는 한지 그림전, 기획 초대전, 한지 투구전 등 한지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회가 연중 펼쳐지고 있다. 또한 한지목걸이 만들기, 한지보석함 만들기 등 20여 가지의 한지공예품 만들기 체험에도 나설 수 있다.



제2 박경리 꿈꾸는 젊은 문인 성지

선생 육필원고·사진 전시… 12일부터 문학제 개최

■ 토지문화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위치한 ‘토지문화관’은 고(故) 박경리 선생의 문학정신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다. 지난 1998년에 문을 연 이곳은 박경리 선생의 육필 원고를 비롯해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토지문화관은 2004년까지는 문화, 예술, 환경 등의 심포지엄이 열리던 공간이었지만 문화 예술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는 박경리 선생의 설립 취지에 따라 젊은 작가들의 무료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 박범신, 은희경과 영화감독 이광모 등은 이곳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창작의 열정을 불태운 문인과 예술가만 해도 560명이 넘는다. 문학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문학의 성지인 셈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문화관 주변에는 대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쉰다는 것이다. 직접 방문해 근처 회촌 숲길을 걸으면 대자연의 정기를 받아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작가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또 오는 12일부터 이곳에서는 ‘2013 박경리 문학제’가 열려 한 달 동안 문학상 시상식, 문학포럼, 청소년 백일장, 시낭송회, 회촌 숲길 걷기, 뮤지컬 공연, 축하음악회, 박경리 문장 낭독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니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선사시대 원주 유적·유물 간직

조선 감영·불교문화·방언 소개… 전통문화 체험도

■ 원주역사박물관

원주시 봉산동에 위치한 ‘원주역사박물관’은 도심 한가운데 혼자서만 시간이 멈춘 듯 옛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로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원주의 주요 유적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고구려 평원, 고려 북원경, 조선 감영, 불교문화, 의병활동 등을 상세히 소개해 강원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원주의 옛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시설인 민속생활실에서는 세시풍속을 비롯해 생업·의식주·공예 등 과거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일상을 만날 수 있으며 원주의 방언, 설화, 민요를 검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본관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야외전시장은 일산동 삼층 석탑, 불상 등 지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석조유물과 원주 출신 최규하 전 대통령 생가 터에 복원된 전통한옥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매주 주말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하며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영화 상영회도 열린다. 특히, 전통섬유채색 방송자 명장, 강원도무형문화재 김상수 칠장, 정순교 한지공예가, 김기순 전통자수 매듭 공예가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간문화재 및 명인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느끼기 프로그램도 열려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한다. 원주/이승훈 ls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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