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돌아봐 화석이 된 며느리
태백·삼척 경계 미륵바위 전설 증거물
복 받아야 할 며느리 ‘돌’ 된 이유 관심

▲ ‘황지’는 황부자의 고래등 같은 집이 있던 곳이었지만 천벌로 연못이 됐다. 현재는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지면서 관광지가 됐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빚어낸 언어의 힘은 만만치 않다. 설화는 얼핏 단순하고 시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담긴 의미는 깊고 넓다. 태백시 황지에 전하는 장자못 전설이 그 좋은 예이다. 도승, 부자, 며느리로 이어지는 장자못 전설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전 인류적인 공감대를 가진 이야기다.

‘인색한 큰 부자가 시주하러 온 도승에게 쇠똥을 퍼 준다. 이를 본 며느리가 몰래 쌀을 시주하면서 대신 사죄한다. 도승은 며느리에게 살려거든 나를 따라오라면서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며느리는 아이를 업은 채로 고개를 올라갔고 평소 잘 따르던 강아지도 뒤를 따라갔다. 그 때 별안간 뒤에서 뇌성벽력과 함께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고래등 같은 집은 간데없고 대신 큰 연못이 생겼다. 그 순간 며느리는 아들을 업고 강아지까지 거느린 채 화석이 되었다.’

이 전설의 증거물은 태백과 삼척시의 경계인 도계읍 구사리 산마루에서 태백시 쪽을 바라보고 있는 며느리(미륵) 바위이다. 장자못 전설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광포 전설로,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구전된다. 강원도에만 강릉경포, 고성 화진포, 원주 용터지기, 춘천 아침못 등 20여곳에 달하며 전승지 숫자만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간단히 본다면 권선징악을 주장하는 뻔한 옛이야기다.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베풀 줄을 몰랐던 인색한 부자가 하늘의 징벌을 받아서 하루아침에 망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베풀면서 타인과 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가졌다. 여기까지가 이 전설이 주는 첫 번째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메시지라면 민중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 주머니에서 일찍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의 놀라운 전승력은 며느리의 행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을 떠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아 돌이 된 여인. 그녀는 스님을 뒤따라가 아버지 대신 사과하고 시주할 정도로 어진 심성과 선을 행하는 실천력도 갖추었다. 복을 받아야 마땅한데 오히려 돌이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