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못생긴 모습에 감춰진 신성·예지
키 151㎝·천연두 앓은 ‘곰보 얼굴’
“父, 여우에 홀려 낳았다” 전해져

▲ 낙성대 안국사에는 강감찬의 영정을 비롯한 귀주대첩과 현종의 마중 등 강감찬 관련 기록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안광선
▲ 낙성대 안국사에 봉안된 강감찬 영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은 대부분 기골이 장대하고 수려한 외모를 가졌다. 거란의 10만 대군을 물리친 강감찬은 전쟁영웅이지만 작고 못생겼다. 역사적 기록이나 문헌, 또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까지 이구동성이다. 한마디로 영웅의 면모는 아니라는 의미다.

‘고려사’나 ‘고려사절요’등 문헌에서는 ‘형체와 외모가 작고 못생겼으며 옷은 때가 묻고 헤져서 볼품은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간 설화에 전하는 강감찬의 인물은 ‘얼굴이 얽구 천하 박색’, ‘남들과 섞여있을 정도도 안되고’, ‘사람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요’ 등 천하 박색이다. 더욱이 체구가 왜소하여 엎드리면 마치 여우가 기어가는 듯했고, 키는 다섯자, 혹은 석자 등 난장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는 것. 한자가 30.3cm 이니 계산해 보면 151㎝정도이다.

출신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진다. 문곡성이 내려온 신화적 인물로 고려의 개국 공신의 아들이지만 민중들에겐 아버지가 여우에게 홀려 낳은 아들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강감찬이 서자였을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강감찬의 어머니는 결혼 첫날 아버지에게 ‘밖으로 나아가 99명의 여인을 만나고 힘을 모아 100번째는 집으로 돌아오라.’며 절대 정기를 흩트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중 여우에게 홀려서 아버지는 그동안 모은 정기를 여우여인에게 준다. 그리고 훗날 강감찬을 얻는다. 강감찬은 비천한 여우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되었지만 덕분에 동물과 소통하는 신통력을 얻는다.

그나마 얼굴은 잘생겼던 모양이다. 그런데 강감찬은 그 점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남아 대장부의 얼굴이 아니라며 손님을 불러 얼굴을 곰보로 만들었다. 손님은 마마신 즉, 천연두를 의미한다. 두 번의 시도에도 얼굴이 미색이자 세 번째는 보다 강하게 얼굴을 얽은 뒤에야 ‘장부의 얼굴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하고 만족했다고 한다.

건강한 민중들은 강감찬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보았다. 그리고 비천한 모습 그 뒷면에 감추어진 신성과 예지를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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