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진 노랫가락 듣다보면 웃다가도 농민애환 느끼죠”
전도유망 국악인서 변신
농촌현실 알림이 자처 1인 판소리로 전국 활동
전통문화 보존에도 앞장

▲ 김지희 예술단 농음 대표가 횡성의 연습실에서 내달 선보일 ‘황소아줌마, 순이’ 창작극을 연습하고 있다. 횡성/정태욱

“농사가 잘돼도 남는 게 없고 수입 농산물에 등허리 굽는 우리네 농사꾼 이야기 좀 들어보소~.”

횡성군 횡성읍 한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가끔 어디선가 구성진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얼핏 들으면 흥겹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가슴 저리다.

이 노랫가락의 주인공은 김지희(41·여) 예술단 ‘농음’ 대표다.

김 대표는 횡성지역 문화예술인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세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한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던 전도유망한 서울 출신 여성 국악인이 돌연 횡성에 둥지를 틀고 농사꾼으로 변신한데 이어 국악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꼭 말해져야만 할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양대 국악과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당대 명창인 김수연 안숙선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각종 악극과 마당놀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등 사실상 부족할 게 없는 국악계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2004년 남편 유정호(42)씨를 만나 횡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땅이 좋아 횡성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의 현실, 농민의 아픔을 몸으로 체험한 김 대표는 자신의 전공인 우리의 소리를 통해 이 같은 현실과 아픔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횡성 귀농 1년 후인 2005년부터 김 대표는 ‘횡성댁의 쌀타령’이라는 1인 창작판소리를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활동했다.

공연 속 김 대표의 소리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그저 한번 웃고 넘기기에는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애환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2008년에 들어서 예술단 ‘농음’을 창단, 우리의 소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알리는데 힘쓰기 시작했다.

‘농음’이란 명칭은 국악을 하면서 즉흥적으로 내는 꾸밈 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농익은 소리, 농촌 소리를 대변한다. 어르신들이 농사지으며 불렀던 흥겨운 노랫가락과 소리를 보존 전승하고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세대와 연결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농음은 2008년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퓨전 심청가, 횡성한우축제 특별공연, 춘천 의병마을 산중음악회 초청공연, 뮤지컬 ‘짜오 안’ 11개 지역 순회공연, 횡성회다지소리축제 초청공연, 농업인 자녀를 위한 전통문화교실, 렉쳐콘서트 풍류, 전통 국악 콘서트 예향,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린지공연 참가, 창작극 여자 마흔, 다문화 콘서트 ‘꽃이 되어 날다’, 4·1만세운동 재현 등 횡성을 넘어 전국을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예술단 농음은 지난해 말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았다.

김 대표는 농음 활동 외에도 횡성회다지소리 전승보전회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 전통문화 보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횡성어러리와 회다지소리로 많은 공연을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 강원 무형문화대제전에서 신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편 유정호씨도 서울 상남자였지만 현재 횡성회다지소리 전승 보전회 사무국장을 맡아 김 대표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지희 대표는 “농촌의 현실을 알리는 작업도 지속하겠지만 앞으로는 횡성의 소리, 횡성의 이야기를 대외에 알리고 횡성의 젊은 층이 횡성 전통에 좀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횡성만의 창작 무대를 만들어 가는데 주력해 나가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 대표의 차기작은 오는 9월 횡성에서 선보일 일명 횡성 대표 서민 독립운동가 ‘황소 아줌마, 순이’ 창작극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헛구호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횡성/정태욱 tae92@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