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어린시절 ‘배움’ 갈증
건설 유통 교육… 150개 공인자격증
남편 100개·부인 50개 취득
“필요할 때 준비하면 늦어 사회복지재단 설립이 꿈”

▲ 부부 합계 150개의 각종 공인 자격증을 취득. 강릉의 ‘자격증 달인’ 부부로 통하는 김우희·함지연씨 부부가 그동안 따낸 자격증을 펼쳐보이고 있다. 강릉/강난희

“자격증은 우리 부부의 인생 전부나 다름없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와 그것을 통해 얻는 자격증은 삶의 에너지인 셈이죠.”

한사람이 한두개 따기도 어려운 공인 자격증을 지난 10여년 동안 150여가지나 취득한 ‘자격증 달인’ 부부가 있다.

강릉시 포남동 김우희(41)·함지연(40)씨 부부가 그 주인공으로 컴퓨터, 건설, 유통(물류), 사회복지, 교육 등 약 70여개 종목에서 부부 합계 150여개의 공인 자격증 보유하고 있다. 남편 김 씨가 100여개, 부인 함 씨가 50개를 취득했는데,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특히 남편 김 씨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국가공인 한문 자격증 9종 모두를 가장 높은 급수로 취득할 정도로 한자에 대해서도 독보적 경지를 자랑한다.

부부는 취득한 자격증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실시한 학점은행제를 신청해 부부 모두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사회복지학 학사학위까지 갖고 있다.

이들 부부의 공부와 자격증 사랑은 어릴 때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데 대한 갈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씨는 삼시 세끼 밥을 모두 챙겨 먹는다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가난한 집안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강릉 노암초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동네의 한 벽돌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나면 먼지에 땀에 온몸이 파김치가 되지만, 김씨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독학으로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본격적인 자격증 공부는 장기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지난 2000년부터.

공부에 대한 열망을 놓을 수 없었던 김씨는 군 생활 보직 경험을 살려 아침저녁으로 도서관을 다니면서 정보통신 관련 자격증을 준비, 첫 자격증을 따냈다. 이후 지난 2001년 부인 함씨와 결혼해 가정을 이룬 김씨는 부인에게도 각종 자격증 공부를 권유, 지금까지 부부 합계 150개의 공인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자격증 취득에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2년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시험을 본다고 매번 단번에 붙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까지 합격률은 50% 정도다.

부인 함씨는 “남편의 권유로 처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할때는 어렵기만 하고, 무슨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 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하나의 자격증을 따내면 또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또 그냥 학위만 가지고 있는 것 보다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더 많은 직종에 대한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현재 부부는 자택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이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고, 부인 함 씨는 공부방 교사로, 남편 김 씨는 강릉 EPS 평생교육원 검정사업부 원장, 비영리 학술단체인 한자·한문연구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이따금 외부 강의도 다니고 있다. 충북의 한 국립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가 스스로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학교를 그만두고 강릉으로 귀향해 김씨를 만난 함씨는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매일 공부방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많은 자격증을 따서 어디에 쓰냐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부부의 자격증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부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관련된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람들은 지금 당장 운전을 안해도 운전면허는 따놓지 않냐”고 반문했다.

1년이 지나면 자격증으로 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결산한다는 이들 부부의 앞으로 인생 목표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진로나 학업을 성취하는데 다양한 방법과 길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멘토가 되는 것이다.

부인 함 씨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그것을 준비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복지 쪽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앞으로 여력이 생긴다면 청소년 상담이나 복지를 아우르는 사회복지재단을 하나 열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강릉/강난희 nani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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