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시계수리 달인 속초 문천당 양종문 씨
10세때부터 어깨너머 기술 배워
시계 향한 열정 직장암도 극복
“독창적 기술개발 시계명장이 꿈”

▲ 속초시 관광수산시장에 위치한 문천당에서 근무하는 시계 수리공 양종문(56·속초시 조양동) 씨는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들어 유명세를 얻고 있다. 속초/송원호

“앞으로 가는 시계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거꾸로 도는 시계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저에게 시계란 인생 그 자체입니다.”

속초시 관광수산시장에 위치한 귀금속과 시계 판매점 문천당 한편에는 거꾸로 도는 시계가 진열돼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행인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든 이는 지난 1983년부터 이곳에서 시계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양종문(56·속초시 조양동)씨. 그는 단순히 시계를 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떤 시계 바늘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자동식, 태엽식, 전자식을 가리지 않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초침, 분침, 시침 등 시계 침이 방향을 달리해 움직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시계바늘이 움직이지만 시간은 항시 정확히 맞춰지고 있다.

양씨는 “전자식 시계가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은 누구나 간단히 기판 조작으로 할 수 있지만 자동·태엽식 시계의 바늘 움직임을 조작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나만이 가진 기술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그의 특출한 재능은 지난해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이를 계기로 양씨도 본인의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갈고 닦고 있다.

양씨는 서울에서 시계수리공으로 일하던 부친의 곁에서 10살 때부터 어깨너머로 시계 수리기술을 배웠다. 진로에 대한 의식이 깨어있던 그의 부친은 어린 양씨에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면 굳이 다른 것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고 시계를 만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양씨도 일찌감치 시계 수리 기술 습득에 매진했다.

양씨가 처음 거꾸로 도는 시계를 만든 것은 35년 전. 시계를 거꾸로 돌게 만들 수 있냐는 친구의 물음에 오랜 시도 끝에 태엽시계 하나를 거꾸로 가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7살에 부모님 곁을 떠난 양씨는 그해 직장을 한차례 옮겨 평생직장이 된 문천당에 취직했고 생업에 매달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며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은 까맣게 잊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양씨는 지난 2006년 직장암 3기라는 청천 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꿈과 열정을 잃고 살던 젊음이 아쉬워, 시간을 돌리는 타임머신을 만들고 싶어 암 진단 후부터 거꾸로 가는 시계 제작에 몰두했어요.”

양씨는 시계 제작에 대한 열정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웠고 이는 수술의 성공으로 이어져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양씨는 거꾸로 도는 시계를 15개 제작했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거꾸로 가는 시계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허 출원도 생각해 봤지만 돈벌이가 안 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재주를 전수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때가 되면 나만의 기술을 국내 시계 기술학도들에게 모두 전수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양씨는 “독창적인 기술 개발로 기네스북 등재와 시계 명장이 되는 꿈을 꾸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주위의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루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속초/송원호 azoque@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