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장

세상사 모든 게 실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이라는 말 속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결과가 달라진다. 개인의 선택은 물론이지만 작게는 자신이 속한 단체나 직장의 선택, 나아가 국가의 선택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쉽지 않고 고민을 수반하게 된다.

선택을 주저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후유증이 뒤따른다. 대개는 포기하는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결정을 미루다 낭패를 본다. 결국 좋은 선택이란 욕심을 버린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이를테면 권력에 대한 집착과 재물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고 추구하는 바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누구나 갈망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얻기 어려운 상충성을 지닌다.

최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딸 결혼 이야기가 언론에 리바이벌 되면서 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의 외동딸인 후하이칭(胡海淸·42)은 이미 지난 2003년 사업가 출신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 차례 화제를 뿌린 적이 있다. 후 주석의 사위이자 그의 남편은 마오다오린(茅道臨·51)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상하이의 명문 쟈오퉁(交通)대를 나온 전도가 유망한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혼담이 오갈 당시 중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신랑망(新浪網)’의 최고운영책임자가 된 데 이어 2001년 최고경영자에 오른다. 그만큼 기업인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에게 권력자의 사위가 된다는 것은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쥐는 격이 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부와 권력의 야합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이들의 사랑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후의 일이지만 미 국무부가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에 대해 “중국 경제의 파이를 나눠 가진 이익그룹의 연합체이며 각 그룹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이 왜곡되고 개혁이 지연된다”라고 평가한 내용이 2010년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그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그들의 진정과는 별개로 부와 권력의 만남으로 부각될 소지가 많았다.

사랑을 선택하자니 돈이 울고, 돈을 선택하자니 사랑이 운다던가. 이 신파조의 대사가 당시 이들의 심사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막 권력의 정상에 오른 후 주석, 그리고 그의 외동딸과 촉망받는 사업가의 만남은 없는 말도 만들어낼 만큼 가담항설(街談巷說)의 흥행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외동딸의 사랑이 매우 휘발성이 높은 위험한 환경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안 후 주석은 결단을 내린다.

예비 사위인 마오가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재계를 떠나지 않으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내렸고 마흔 살의 청년기업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 이들 두 사람은 10여 년째 미국에서 조용히 숨어 지낸다는 것이 최근의 언론보도 요지다. 지난해 새로 권좌의 주인이 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성역 없는 사정(司正)에 나서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를 이어 종족을 보존하려는 것은 생명체의 본성이라면 권력과 이익을 좇는 것은 인간의 속성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인이나 세력이 권력이든 이익이든 독점하거나 두 가지 모두를 가지려는 데서 탈이 생긴다. 권좌에 올라 전횡을 휘두르는 것을 독재라고 하는데 예외 없이 비참한 말로가 권력이 지닌 양면성을 반증하고 있다. 독점의 폐단은 부를 취하는 방식과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농단(壟斷)이라 한다. 시장 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 거래를 주무르고 이익을 독차지 한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지금 이런 농단이 곳곳에서 판을 치면서 힘없는 서민들은 더 고단해 한다. 기를 쓰고 권력을 세습하고 재산을 대물림하려 용을 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권력을 만지고 돈을 주무르는 정·관계나 재계뿐 아니라 종교계까지 가세한다.

“자기가 정치를 하다 쓰여지지 않으면 그만 두고 말 것이지, 또 그 자제에게 벼슬을 시킨다. 사람이 또한 누가 부귀를 원하지 않겠는가마는 홀로 부귀 중에서 우뚝한 지점을 차지하는도다” 맹자의 공손추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필시 그 시대에도 벼슬을 대물림하고 이익을 독점하려는 농단이 그만큼 만연해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지만, 어쩌면 오늘의 세태를 꼭 찍어낸 듯 생생한 육성같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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