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딛고 독특한 학습법 터득
학교 부적응 두아들 명문大 진학 지도
중졸 편견에 틈틈이 공부 수능 모의고사 만점 받아
아이들 학습 지도에 관심 ‘공부의 힘’이란 책 출간도

▲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노태권 씨가 자신의 공부 노하우를 담은 ‘공부의 힘’이란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타고난 재능이 필요없는 영역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수능을 50일 앞두고 공부의 신(神)이라고 불리는 노태권(59·사진)씨를 만났다. 그는 첫 만남부터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발명왕 에디슨, 천재 화가 피카소, 영화배우 톰크루즈는 어떤 공통점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기자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그는 “이들은 ‘난독증 환자’임에도 노력 끝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에 이상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삐뚤어진 글씨에는 ‘노태권도 그 사람들과 똑같다’고 적혀있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유복하게 자랐다. 시청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장남인 노 씨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심한 난독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고 결국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채 장사와 일용직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농협에 다니던 아내 최원숙(59)씨와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가정을 꾸리고 멋진 가장이 되기 위해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IMF 당시 공사를 발주했던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아내는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춘천에 정착했다. 하지만 ‘중졸’이라는 편견은 어떤 일을 하던지 걸림돌이었고 성공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공부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난독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아내는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아내와 함께 글자를 그림으로 인식하면서 글자를 읽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후 2001년부터 독학으로 수능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도 쓰기와 읽기에 능숙하지 않은 노 씨를 위해 모든 수능 교재를 큰 활자로 뽑아 교과서를 만들어 줬다.

노 씨는 “아내가 공부를 위해 만들어 준 교재가 3만장이 넘는다”며 “언제나 나를 믿어준 아내가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공부를 마스터해 명문대에 입학하고 최종적으로는 행정고시에 합격하겠다는 큰 꿈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꿈은 그를 공부에 더욱 몰두하게 했다.

노 씨는 퇴계교에서 인형극장까지 매일 24km를 걸어 다니며 공부를 한 것은 물론 자신이 일하던 공사판에서도 도면통에 교재를 넣어 다니며 공부에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한지 5년만에 각종 수능 모의고사 만점을 받았으며 행정고시 모의시험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 받아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공부에만 몰두하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하면서 큰 아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중독에 빠졌으며 둘째 아들은 심한 아토피로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그는 “우연히 큰 아들의 성적표가 꼴등에서 1등으로 조작된 사실을 알게 돼 공부를 잘하고 있던 아이들이 잘못되고 있구나 생각했다”며 “행정고시 통과보다는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랜기간 아이들과 유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갈등했지만 매일 자녀들과 함께 자신이 공부했던 24km 구간을 함께 걸으면서 두 아들의 마음을 열었다.

이후 아이들이 “가고싶은 대학이 있다”는 말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부를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공부 노하우 전수와 독특한 학습법으로 큰 아들은 서울대에 입학했고 작은 아들은 한양대에 수석으로 입학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노 씨는 “www 티칭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장소(where),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대(when),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way)으로 공부를 가르쳤다”며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아버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타고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러한 노하우를 담은 ‘공부의 힘’이란 책을 발간했다.

공부의 신이 됐지만 그는 아직도 꿈이 많다고 전했다. 노 씨는 “앞으로 가수로 음반을 내고 싶고 아내와 함께 수필가로 등단도 꿈꾸고 있다”며 “현재 꿈꾸고 있는 일들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훈 ls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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