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 1500포기로 시작 연매출 3억
삼척 ‘머루 발사믹’ 세계 판매 꿈

▲ 삼척 머루와인 대표인 김덕태(49)씨가 머루와인 저장고에서 가득쌓인 머루와인을 보며 웃고 있다.

대형 교통사고 후 귀향

주민 11명과 조합 설립

5년간 와인제조법 연구 2016년 발사믹공장 완공



“해발 700m에서 자라는 고원 청정 머루로 만든 와인과 발사믹(와인식초)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겠습니다.”

삼척시 도계읍 신리 너와마을에서 머루와인을 생산하는 머루와인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덕태(49)씨. 산골짜기 곳곳에는 포도보다 작은 머루가 온 산을 뒤덮어 산의 향기를 바꾸어 놓고 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머루를 재배하며 와인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저장고에는 5~6년된 머루와인이 익어가고 있다.

김 대표가 머루와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9년부터로 대학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국내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3년만에 사업을 해 보겠다며 회사를 뛰쳐나와 작은 식당을 차렸다.

그러나 식당을 하자마자 IMF 사태를 맞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형 덤프트럭에 일가족 네명이 죽음직전까지 가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족 모두 1년간 병원신세를 졌다. 퇴원 후 요양차 인근 태백시에 거주했으나 가족들을 먹여 살릴 길이 막막했다. 김 대표는 고랭지 배추를 차에 싣는 막노동을 했다. 여기서 “농사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투기같은 고랭지 배추농사보다는 가격이 안정적인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산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며 먹던 달콤한 머루가 떠올랐다. 김 대표는 고향인 신리마을로 돌아와 홍천에서 머루 1500포기를 사다 산에 심기 시작했다.

마을주민 8명도 함께했다. 처음에는 머루 즙을 내서 소량으로 팔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주민들과 함께 먹고 살기에는 부족했다. 마침내 주민 11명과 함께 영농조합법인 회사를 만들고 머루와인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또 어려움이 찾아왔다. 와인을 만드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전통주를 만드는 곳에서 술빚는 것을 배우면 될줄 알았다. 하지만 와인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과 확연히 달랐다. 이때부터 국세청 기술연구소와 농업진흥청 등 전국을 다니며 5년간 와인 만드는 법을 배웠다.

지난 2007년부터는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들어가 국내 유명 백화점과 유기농 업체 등에 납품돼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느새 마을 주민들도 머루를 심기 시작해 20가구로 늘어났다. 머루와인은 지난 2009년 제1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에서 1200여개의 참가자 중 입상주로 4등을 차지했다. 도내 와인 품평회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저가의 칠레산 와인이 수입돼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와인에서 발효 식초 등 이태리 등에서 유명한 포도 발사믹을 머루발사믹으로 대처해 시장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지난해 정부 공모 사업인 ‘ 창의 아이디어 사업’에 머루 발사믹 크림공장을 신청해 선정됐다. 국내 최초 머루발사믹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업비도 확보됐으며 오는 2016년까지 공장을 완공해 중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매출도 첫해 10억원을 목표로 했다.

김 대표는 “머루와인 법인대표를 하면서 보람된 것은 우선 마을 주민들이 일거리가 없어 고랭지 채소밭으로 막노동을 하러 가던 것이 사라지고 이제는 머루를 재배해 판매하는 한편 나머지를 와인공장에 판매해 생활이 조금씩 윤택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웰빙바람이 불고 외식산업이 발전할 수록 머루 발사믹 사업은 번창할 것으로 기대돼 세계인들에게 삼척의 머루 발사믹을 맛보게 하는 것이 꿈 ”이라고 말했다.

삼척/홍성배 sbh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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