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절 시작된 걷기사랑 90세까지 9000㎞ 도전해요”
원주∼동해안 3번 왕복 순례길에 경찰서 조사도
환갑맞아 유럽횡단 시작 2년동안 4300㎞ 주파

▲ 이희춘 상지대 교수가 대학 연구실에서 유럽 도보여행의 추억이 담긴 전리품을 소개하고 있다. 원주/윤수용

환갑을 넘긴 노(老)교수의 나 홀로 유럽대륙 도보 정복기가 청춘의 아이콘 대학생들의 도전정신을 응원하고 있다.

이희춘(62) 상지대 컴퓨터데이터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동유럽과 서유럽을 관통하는 워킹루트 4300㎞를 주파했다.

이 교수가 탐닉한 워킹루트는 11개길 중 E3길(총연장 7200㎞)과 E4길(1만㎞)구간이다.

지난 2012년(연구년) 본격적인 유럽 횡단 도보에 나선 이 교수는 만 60세 환갑을 맞아 67일 동안 프랑스 르 퓌(Le Puy)를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모두 1530㎞를 걸었다.

야심찬 유럽 도보여행을 계획 중인 지난 2011년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후 다리 수술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한 쾌거였다.

자신감을 가진 이 교수는 이듬해인 지난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프랑스 르 퓌 순례길(1850㎞)을 한국인 최초로 도보 여행했다.

2년 동안 이 교수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을 넘나드는 4300㎞ 걷기 목표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폴란드 오그로드니키(ogrodniki)에서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까지 420㎞를 걸었다. 석양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캠핑장, 이름 없는 민박집에서의 고단함과 길을 잃은 조바심, 낡은 여행책자에 의존한 두 다리의 피곤함이 완성시킨 성공이다.

올해는 가족의 만류로 도보여행 대신 새로운 루트를 탐닉 중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영국의 캔터베리를 출발해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까지 연결되는 순례자의 길(1900㎞)인 ‘프랑스로부터 오는 길’(Via Francigena)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유럽대륙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도 걷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주파하는 4300㎞ 구간을 6개월 동안 걸을 예정이다.

이 교수의 걷기사랑은 청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1년때인 지난 1970년 여름방학, 고향인 원주에서 강릉까지 무작정 도보에 나섰다.

1969년 이승복 사건 발생 다음해 도보순례에 나선 이 교수는 주민과 예비군 신고로 두 번이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유럽 도보 정복에 나서기 전인 지난 1999년에는 ‘원주~해남’ 구간 등 2만㎞를 나 홀로 걸었다. 원주~동해안 구간만 3번 왕복했다.

걷기 예찬론자인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에게 영감을 얻었다는 이 교수는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다. “운전을 못하니 걷는 게 당연하다”고 밝힌 이 교수에게 던진 험난한 유럽 도보여행 이유에 대해 “모른다”고 하드보일드하게 답을 했다.

이희춘 교수는 “혼자 사색하며 걷는 인생순례길에 서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며 “1년을 100㎞로 환산하면 이제 43년(4300㎞) 밖에 걷지 못한 만큼 90세까지 9000㎞를 걷기로 마음 먹었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유럽 도보여행 중 숲속에서 나온 여자를 아는 척 하지 말고, 밀밭 주변의 놓인 가방주인을 찾아주지 말라는 원칙을 배웠다”며 “이는 급한 볼일을 해결하는 여행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나만의 길을 가는 순례자들의 고독”이라고 덧붙였다. 원주/윤수용 ys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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