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일찍 찾아온 터라 급한 대로 외상으로 연탄을 구해다 배달해 드렸어요. 올해 더 추울 거라는데 후원은 줄고… 걱정입니다."

극빈층 이웃의 겨울나기를 돕는 강원지역 연탄은행들이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활동을 시작한 춘천연탄은행 창고에는 23일 현재 3천여 장의 연탄만이 비축돼 있다.

한 가구당 150∼200장의 연탄이 배달되는 점을 고려하면 20가구 분량도 채 안 된다.

연탄은행은 내년 봄까지 지역 빈곤 가구 1천200가구에 지난해보다 10만 장 많은 40만 장을 전달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윤달로 짧아진 가을, 혹독한 추위 예보, 각종 사고 여파로 말미암은 경기침체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활동 재개식 이후 보름이 넘는 기간 200여 가구에 3만여 장을 배달한 게 전부다. 이마저도 후원이 부족해 연탄을 외상으로 구해다 전달했다.

지난 8일 활동을 재개한 원주의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 연탄은행은 올해 1천 가구에 20만 장 배달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연말 캠페인에서 얻은 모금액으로 현재까지 도시 외곽 문막지역 130여 가구에 2만 장을 배달했지만, 올해 들어온 후원금으로 비축된 연탄은 없는 상태다.

김순예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부장은 "작년에는 재개식과 동시에 배달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올해는 아직 기부나 봉사활동 참여가 저조해 활동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지역에서 가장 먼저 지난달 29일 문을 연 속초연탄은행의 곳간도 비어 있다.

올겨울 최소 20만 장 배달을 목표로 문을 열었지만, 이번 주말 예정된 배달 분량까지 합해야 겨우 30여 가구에 6천장을 배달한 게 된다.

5천원∼1만원씩 쌈짓돈을 내놓는 개인 기부자들을 제외하면 기업 후원은 전혀 없는 상황. 지금 배달하는 연탄들은 모두 외상으로 가져온 것이다.

그나마 함께 일해줄 자원봉사자가 평일에는 없어 주말에만 배달하는 실정이다.

김홍천 춘천연탄은행 팀장은 "후원이 꾸준히 들어와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연탄을 지원할 수 있는데 대대적인 방송 캠페인 등이 있는 연말에만 후원이 들어오는 실정"이라면서 "어려운 이웃들이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지금 시민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밥상공동체복지재단과 서울연탄은행이 발표한 '2014년 전국 연탄 사용가구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탄사용 가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로 전체 65만5천301가구의 5.3%(3만4천732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1만2천903가구는 수급가구, 5천805가구는 차상위 가구, 1만6천24가구는 소외가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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