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발전 모델 창출·관광자원화 ‘시동’

올림픽 무브먼트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바로 지속가능한 유산 창출이다. 올림픽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회 자체의 흥행만큼이나 강원도에 길이 남을 ‘레거시(Legacy·유산)’를 풍부하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국가를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유무형의 원동력을 다양한 측면에서 창출하는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경제적 흑자뿐 아니라 문화 흑자와 스포츠 흑자, 시민의식 흑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 재설계 문제와 개폐회식장 유치 논란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레거시 형성을 위한 중장기적인 논의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수의 눈물겨운 도전 끝에 유치해낸 2018평창겨울올림픽을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시키려면 자원봉사와 스포츠 저변 확대, 지역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책이 포함된 ‘무형 레거시’ 전략을 바로 지금 세워야 한다.
 

 


■자원봉사

올림픽 레거시를 가장 진하게 남길 수 있는 키워드는 ‘사람’이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올림픽은 대회 성공뿐 아니라 시민의식과 애향심, 지역 이미지 제고까지 고취할 수 있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의 봉사자를 선발할 때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역사회 이벤트 욕구, 관광목적 욕구 등을 감안하고 교육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령과 지역, 분야별 인원을 적정한 수로 뽑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유학생, 해외동포 등 각 언어권별 자원봉사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안팎의 자원봉사자들의 잠정적 인원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인원의 참여 배경과 특성, 의지와 경기 지식 등을 분석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도 자원봉사 레거시를 대표적 성과로 꼽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최대 규모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나가노에서는 대회운영 요원 4만여명 중 자원봉사자가 73.9%(3만2579명)를 차지했다.

올림픽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려면 도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도청과 도교육청, 도평생교육진흥원이 하나의 구심점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최지의 초·중·고교생들에 대해 외국어를 중심으로 우선 교육시키는 등 민간주도의 자원봉사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추후 개최 지역별 자원봉사 교육프로그램 등이 엇박자 나지 않도록 조직위 차원의 일사불란한 준비와 가이드라인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포츠 저변확대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의 주요 당위성 중 하나는 큰 잠재력을 갖춘 아시아 겨울스포츠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즐기는 겨울스포츠조차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에 제한돼 있다.

올림픽을 통해 강원도가 명실상부한 겨울스포츠의 허브가 되려면 비인기 종목을 포함한 겨울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

올림픽으로 스포츠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는 역대 대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영국 학교들에는 유년 스포츠 전략 구축과 함께 모든 초등학생들이 경쟁적 경기에 참여하도록 하는 새로운 커리큘럼이 도입됐다. 여기에 10억 파운드가 투자됐고, 대회 후 5년 후까지 6000개의 새로운 지역사회 스포츠 클럽들이 만들어졌다. 영국 전역의 377개 지역스포츠 프로젝트가 이득을 봤고 20개국 1200만명의 어린 아이들이 런던 2012 국제 Inspiration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포츠를 만끽했다.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강원도에서도 비인기 동계스포츠를 포함한 생활체육 활성화에 신경써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전용 링크 설치와 클럽 창설을 자연스레 이끌어내면 향후 대회·체험·훈련을 아우르는 국내외 프로그램을 유치, 유무형의 유산을 남기는데 올림픽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유산은 물론 중장기적 참여관광을 활성화하는 효과까지 내게 할 수 있다.

■경제활성화

인구감소와 고령화, 경제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에 올림픽은 패러다임과 인프라, 산업기반을 혁신할 수 있는 도약의 전환점이다.

특히 1, 2차 산업 중심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평창겨울올림픽이 지역의 실질적 소득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도내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참여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이들 업체들의 공조를 유도, 사회적 경제의 가치와 올림픽 정신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으면 올림픽을 계기로 도내 협동조합의 조직화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기업에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안겨주는 올림픽 스폰서에 도내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내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도내 특산품에 올림픽 엠블럼이나 마스코트를 사용해 강원도 제품으로서의 정체성을 높일 수 있는 세심한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

올림픽을 통해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를 달성한 역대 개최 도시들의 공통점은 올림픽 이후의 유산이 중요하다고 믿고 정부와 기업, 주민단체, 지역사회 조직, 비영리조직, 조직위 등 주체들이 긴밀히 공조했다는 점이다.

2010년 겨울올림픽을 치른 밴쿠버의 경우 ‘올림픽대회의 친구들’이라는 등급으로 다소 기준에 못미치는 지역 기업들도 올림픽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밴쿠버올림픽의 시민운동을 주도한 브루스 드워 리프트 공헌파트너스(LIFT Philanthropy Partners) CEO는 “밴쿠버에서는 대회 시작 전부터 지역 내에 생긴 다양한 조직들이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며 “밴쿠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지역, 정부 등 모든 올림픽 주체들이 혁신과 협동 투자를 아우르는 파트너십모델을 개발했다”고 조언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