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맨투맨 수업’ 폐광지 기적 일궜다
“폐교 위기 극복하자” 지역사회 교육환경 개선 한 뜻
선생님과 즉석 문답 효과… 가족같은 분위기 큰 힘

▲ 모두가 대학 진학에 성공한 마차고 3학년 학생들이 권혁장 담임교사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월/방기준
폐광지역인 영월 북면 마차고등학교(교장 장웅익)3학년 학생 14명 모두가 전원 대학에 합격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거의 혁명적인 사건이다.

박혜현양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와 대구교대에 합격했으며 고태림양은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동시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김기영군은 청주대와 원광대, 이수민군은 김천대와 위덕대, 박희정양은 상지대와 동양대, 고대현군은 인천재능대, 정용근군은 청운대와 동양대, 홍준기군은 대구한의대와 목원대, 김민수군은 김천대와 상지대·세명대, 한범종군은 경동대와 중원대 등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여기에다 김새별양은 영진대, 유현준군은 대구공업대, 권영호군은 공주대와 김천대, 또 다른 이수민군은 동양대에 합격했다.

특히 박혜현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차초교로 전학온 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어려운 환경을 당당히 딛고 마차고 설립 이래 20여년 만에 폐광지역 마차리 학생과 주민들에게 서울대 합격이라는 경사를 안겨주었다.

장래에 사회복지사 또는 초등학교 교사를 희망하고 있는 박 양은 “소규모 학교여서 친구들끼리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었고 EBS 강의와 문제집을 적극 활용해 주로 국어와 사회과목을 공부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선생님들께 바로 질문을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나름대로의 공부 비법을 공개했다.

무역중개인이 꿈인 고 양은 “국어와 영어의 경우 지문을 완벽히 이해했기 때문에 실전에서 자신감이 있었다”며 “평소에는 선후배와 사제간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든든한 힘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김기영 군은 “인근 식당에서 맛난 저녁을 먹고 야간자율학습 이후에는 택시로 집에까지 태워주는 등 학교와 영월군청·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홍준기군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는 당일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집에 가서 다시 공부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마다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청소년지도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차고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폐광 정책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 3년 전부터 폐교 또는 조리고로의 전환이 심도있게 모색됐었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대다수 학생들이 인근 영월읍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하거나 다른 학교에서 적응을 못해 전학을 오는 경우 때문에 제대로된 학습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아 당연히 학교를 바라보는 지역의 인식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장웅익 교장 부임과 함께 교사와 학부모들이 혼연일체가 돼 “학교를 살리면 지역도 살릴 수 있다”는 각오로 교육환경 개선에 나섰다.

영월군의 도움으로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과 방과후학교를 시작했으며 통학생이 많은 현실 때문에 야간학습이 불가능했으나 저녁밥을 식당에서 해결하고 택시를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는 기반을 만들어 학습환경을 개선시킨 결과 지난해에도 13명 졸업생 전원을 수시에 합격시키는 기적을 연출했다.

권혁장 담임교사는 “충실한 학교생활과 봉사 및 체험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진로진학상담 및 과목 교사들과 함께 개개인의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특히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 모든 교사들이 나서서 거들고 면접지도를 실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영월/방기준 kjb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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