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기본이자 중심은 차례다. 해마다 반복되는 차례상이지만 차릴 때마다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조상님들께 예를 갖춰야 하니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나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한 원칙만 알면 어렵지 않게 차례를 올릴 수 있다. 설 차례상 차리는 법을 알아보자.
설 차례상은 조상의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 제사의 주장이 되는 상제인 ‘제주’의 시점에서 오른쪽을 동쪽, 왼쪽을 서쪽으로 본다.
상차림의 기본은 5열로 신위가 있는 쪽을 1열로 두고 시접과 술잔·받침대 등의 잔반을 올리고 밥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정면을 기준으로 떡국은 오른쪽에, 술잔은 왼쪽에 두고 시접은 중간에 올린다.
적과 전은 2열에 둔다.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원칙에 따라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부터 육전과 육적, 두부·채소류 등의 소적 순으로 올린다. 오른쪽에 두는 어전과 어적을 올릴 때는 생선의 머리가 동쪽, 꼬리가 서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예의다.
3열은 어탕(어류)과 소탕(두부·채소류), 육탕(고기) 등 각종 탕류를 놓는 줄로 왼쪽부터 육탕과 소탕, 어탕 순으로 올리고 4열은 ‘좌포우혜(左脯右醯)’의 원칙에 따라 왼쪽 가장 끝에는 북어와 대구, 오징어 등 각종 포를 올린다. 어포를 쓸 때는 배가 아래로, 등이 위로 가도록 두고 꼬리는 자른 뒤 바깥 쪽을 향하게 한다. 포 다음으로는 삼색나물과 간장, 김치 순으로 올리고 오른쪽 끝에 식혜 또는 수정과를 둔다.
5열은 과일을 올리는 줄로 ‘홍동백서(紅東白西)’ 원칙이 적용된다.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의미로, 사과와 강정은 오른쪽에 둬야 하며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따라 동쪽부터 대추와 밤, 배, 감을 왼쪽에 차례대로 올린다.
제기에 과일을 올릴 때는 홀수로 올려야 하며 과일의 위와 아래를 한번 돌려 깎아 놓는다. 또 삼치와 꽁치, 갈치, 날치 등 생선의 이름 끝에 ‘치’자가 붙은 것은 흔한 생선이라 해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또 고춧가루와 마늘은 사용하지 않는다. 상을 차릴 때는 시접과 잔반을 먼저 올리고 향로와 향은 제상 앞 자리 바닥에 마련한 작은 상위에 올려놓고 상 아래로 모사기와 모사잔, 퇴줏그릇 등을 놓는다. 오세현 tpgus@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