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로 자신감 ‘업’… “장애인에 대한 편견 이기자”
고양시장배 전국대회 3전 전승으로 우승
라인 밟으면 공 뺏어 ‘몸이 기억하는 훈련’
“즐겁고 행복한 농구 목표”

▲ 도 장애인 종합복지관 소속 지적장애인 농구단 반비위너스팀이 24일 훈련에 앞서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 영
“농구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앨 겁니다.”

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최중범) 소속 지적장애인 농구단 반비위너스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제8회 고양시장컵 전국지적장애인 농구대회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제6회 대회 때부터 1등을 놓친 적 없던 반비위너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정상을 차지, 국내 최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첫 상대는 군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이었다. 30대 20이라는 큰 스코어로 군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물리친 반비위너스는 고양시 재활스포츠센터를 20대 8로, 서울 노원구 성민복지관을 20대 18로 이기며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반비위너스의 3연승에 선수들과 옆에서 지켜본 감독, 자원봉사자들은 하나가 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주장인 권이삭(20·춘천동원학교 졸)씨는 “몸을 다쳐 아픈 상태에서 대회에 나갔는데 우승을 해 기뻤다”며 “선수들이 다 같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년간 반비위너스의 곁을 지켜온 자원봉사자 박유정(22·여·강원대 화학과)씨 역시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옆 사람을 더 배려하고 어떻게든 같이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에서 오히려 더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1등 왕좌를 지키고 있는 반비위너스이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7년 강원F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이들은 강원의 상징인 반달곰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내 대표 지적장애인 농구단이 되자는 뜻으로 ‘반비위너스’로 팀 이름을 변경했다.

현재 반비위너스는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10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우승이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손원우(34)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처음에는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 연습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는 것조차 ‘훈련’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들의 한걸음, 한걸음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농구 규칙을 숙지시키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학습장애를 앓고 있는 선수가 있으면 속도가 더디고 자폐성 장애 선수의 경우에는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해 애를 먹었다. 전날 슈팅동작을 연습했는데도 다음날이면 백지상태인 때가 부지기수였다. 그때마다 손원우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몸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거듭했다.

‘라인을 밝으면 공격권을 뺏긴다’는 표현 대신 ‘하얀 선을 밟으면 네가 공을 못 잡는 거야’라는 쉬운 설명에 라인을 밟은 선수가 있으면 코치가 직접 공을 빼앗아 선수들에게 상황을 인지시키는 식이다.

훈련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이야 구 캠프페이지 봄내체육관에서 매주 2회 1시간씩 연습할 수 있지만 3년 전만해도 시멘트 바닥에서 슈팅연습을 해야 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은 채로, 농구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스쿼시장에서 연습했던 적도 있었다.

거북이 걸음처럼 느린 속도였지만 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뿐 뒤로 후퇴하진 않았다.

손 감독은 “열악한 훈련 환경에 엄격한 지도로 힘들 법도 한데 훈련날짜가 되면 빠짐없이 출석할 정도로 정수들의 농구사랑이 대단하다”며 “잘되지 않던 기술을 몇 날 며칠 연습을 해서 기어코 완성해 낼 때 감독으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칭찬을 이어가던 그에게 반비위너스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전국대회 1등 사수’라는 다소 뻔한 내용을 예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바로 즐기는 농구를 하는 것.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한 농구를 하는 것이 반비위너스의 최종 종착지란다.

손원우 감독은 “앞으로도 선수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목표를 이루는데 농구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더많은 후원으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떳떳하게 훈련할 수 있으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더디고 힘들더라도 목표를 위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반비위너스 선수들. 그들의 힘찬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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