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심하지 않으면 청소만으로 증세 완화
면봉·손으로 만지면 2차감염·피부 손상돼

▲ 박혜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한민국은 메르스로 뜻하지 않게 대혼란을 겪었지만, 추가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현시점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반가운 소식과 더불어 무더위로 인한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찾아왔다. 아직 태풍의 영향으로 주말마다 가뭄해결에 필요한 단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휴가를 기다리는 이의 마음은 늘 설레고 들뜨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힐링타임을 맞아 산과 바다 또는 워터파크 등 물놀이를 다녀온 후, 너무 잘 쉬다 와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이도염이다.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통로를 말하며, 길이가 약 3~3.5㎝, 내경이 7~9㎜ 정도의 관으로 S자형으로 약간 구부러져 있다. 이런 외이도에 염증이 발생한 것을 외이도염이라고 부르는데 증상으로는 가려움증, 이루(귀에서 염증성 분비물이 나오는 것), 통증, 난청 등이 있다.

특히 가려움증은 외이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물놀이 후 귀가 간지럽다면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다. 가려움증과 이충만감(귀가 막힌 듯 막막한 증상)등으로 인해 면봉이나 손으로 귀를 자꾸 만지게 되는데 이는 2차적인 감염 및 피부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외이도의 피부는 골막이나 연골막에 직접 연결돼 있으며 외이도 연골부의 하부에는 연골이 결손된 틈새들이 있어 염증 등이 주변 조직으로 파급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외이도의 진피(상피 바로 아래 부분)에 진행성 부종이 생기면 주위의 연골이나 골이 신경을 압박해 작은 상처로도 심한 통증이 일어날 수 있다. 외이도의 바깥쪽의 피부나 연골은 이개(귓바퀴)와 연결돼 있으므로 이개의 움직임 또는 음식을 씹어 턱관절이 움직일 때도 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난청은 급성기나 만성기에 모두 나타나며 탈락된 각질, 이구(귀지) 등이 외이도를 폐쇄해 일어난다.

또 피부부종, 분비물이나 외이도 피부의 비후 등에 의해 외이도가 막혀서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휴가철 외이도염 발생이 잦은 이유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 수영이나 물놀이 등으로 인해 알칼리성물이 귀로 들어가게 되고 면봉 등을 이용해 귀를 잘못 후비게 되면 피부에 작은 상처가 생겨 외이도의 산성환경과 물리적인 보호막 역할을 하는 상피가 손상돼 세균이 급속도로 성장, 세균성 외이도염이 되는 것이다.

우선 귀가 가렵거나 고름 등이 나온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과 항생제복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귀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외이도의 청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의사에 의해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하며 본인 스스로 깨끗이 한다고 만지는 경우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염증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이도를 깨끗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약제로는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항진균제가 함유된 용액이나 연고를 사용하고 소양증이 심한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항생제 사용 시에는 세균배양검사를 통해 원인세균을 찾아내고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완충용액과 2% 초산용액을 섞어 만든 약제를 수영 후 사용하면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샤워 시에 식용 식초와 생리식염수를 반반씩 섞은 용액을 온도를 체온과 비슷하게 맞추어 준 후(그렇지 않을 경우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다) 주사기를 이용해 한 번에 30~50cc 정도로 외이도를 세척하고 드라이기 등을 이용해 말려주면 본래의 산성의 외이도를 찾게 돼 가려음증도 진정되고 외이도 피부도 정상화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면봉 등으로 외이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은 일주일 정도의 외래통원치료와 투약으로 완치가 가능하나 2차 세균감염으로 인한 농양이나 중이염으로 파급된 경우 장기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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