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 고교평준화 3년 성과와 과제
사교육비↓ 자존감 향상 가시적 정책성과 불구
교사·시설 평준화 미흡 대입지도 능력편차 지적

지난 2013년 고교평준화 제도를 재도입한 강원교육은 3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시행 초 성적 하향 평준화 등 각종 논란이 있었지만 고교평준화 재도입 후 학교 서열화 극복, 학생 자존감 향상 등 교육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더 많이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교평준화 재도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고교 평준화 1세대의 대입 성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명문고의 그늘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험대에 선 고교평준화 시행 3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 그래픽/홍석범

■ 추진 과정 ■

강원도 고교평준화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춘천시가 1979년, 원주시가 1980년에 각각 도입했다.

이후 1990년대 고교평준화 정책 실시 여부를 시·도 교육감이 결정하도록 규정이 변경되자 그해 9월30일 춘천시와 원주시는 고교평준화를 해제하고 1992~1999

년까지는 학교별 선발고사, 2000년 12월에 내신성적에 의한 고입전형을 전면 실시했다.

또 2006년 7월부터는 내신성적 70%+선발고사 30%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을 담은 고입제도를 개선하고 2008년 신입생부터 적용해왔다.

이후 고교평준화를 공약한 민병희 교육감이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2012년 제도 재도입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여론수렴 과정에서 성적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일부의 반발과 도의회가 도민 설문조사를 요구하는 등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2012년 평준화 도입은 무산됐다.

민 교육감은 1년 뒤 ‘강원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그해 9월 도의회 조례안이 통과, 2013년 고교평준화가 실시됐다.



■ 성과 ■

고교평준화 도입은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학교 서열화 폐지 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도교육청은 이와 함께 고교평준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대입 역량 강화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고교평준화 세대의 대입 능력 강화를 위해 대입지원관 배치와 강원진학지도협의회 운영, 학교별 진로진학상담교사 배치, 대입진학설명회 확대 등에 적극 나섰다.

이로인해 고려대·서강대·서울대·서울교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경인교대·아주대·인하대·포스텍·카이스트 등 수도권 주요 16개 대학의 합격자 수는 지난 2012학년도 728명에서 2013년학년도 786명, 2014년학년도 890명으로 늘었다.

4년제 대학 합격자 수도 2014학년도 1만1478명으로 지난 2013학년도 1만903명보다 575명이 증가했다.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크다고 도교육청은 밝혔다.

고입 선발 시험이 없어지면서 중학교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 2012년 22만3000원에서 2013년 21만1000원, 2014년 20만4000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중학교의 사교육비가 줄어들면서 도내 초·중·고 월평균 사교육비도 지난 2012년 18만2000원에서 2013년 17만2000원, 2014년 16만7000원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내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지침에 앞서 강원도교육청이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앞서 전면 시행할 수 있었던 점도 다른 시도와 달리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입시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과제 ■

고교평준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평준화 1세대의 대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상당 수 학부모들은 고교평준화 정책이 추진됐지만 명문고의 그늘이 존재하고, 학교와 교사의 역량 평준화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7월 춘천에서 열린 고교평준화 1세대 학부모 간담회에서는 고교평준화 이후에도 학교별 대입 지도 능력 편차와 시설 형평성 문제 등 교육현장의 변화는 기대치 이하라고 지적했다.

명문고는 기존에 우수한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과 대입 지도 경험이 풍부한 반면, 비명문고는 이런 경험이 부족해 평준화의 취지와 달리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고교평준화 도입으로 학교 선택권을 박탈당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전국 주요 대학들이 수시 비중을 확대하면서 비명문고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교평준화 1세대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도교육청이 올해 고교 평준화 1세대의 첫 입시에 맞춰 다양한 대입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과를 거둔 것은 맞다”면서도“학교별 역량 차이를 극복할 만한 프로그램은 개발하지 못하면서 몇몇 학교는 대입 지도 경험 부족으로 1·2학년 때부터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도내 일부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생 스펙관리에 나서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점을 간과한 교육청의 움직임에 학부모들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고교평준화 제도 장점을 인정하고 안심하기 위해서는 평준화 1세대가 첫 입시에 나서는 올해 대입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 대입 지도 능력을 수시 점검하고 있다. 특히 과거 입학사정관제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성(비교과)과 내신, 수능 대비를 균형 있게 지도하는 다중학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ls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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