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설도 책마다 달라
내용 차이점 잘 관찰해야

▲ 주순영 시민기자

· 원주 치악초교 교사

가을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찬란했던 계절들을 보내고 이제 자신을 치장했던 장식들, 하나 둘 벗고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연을 만납니다. 모든 것 내어주고 밑둥까지 드러낸 맨 몸으로 당당하게 서는 나무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올해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주니어 친구들, 2015년 첫 달에 세웠던 계획들이 있었나요? 한 번 돌아볼 때입니다. 무엇을 하려고 했고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를 말입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과 잘 지내고 있는지, 집에서 식구들에게 어떤 모습인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어떤 모습인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쉽거나 모자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챙겨보면 어떨까 싶어요. 아직 그럴 시간들은 많아요. 부족한 건 시간이 아니라 먹으려는 마음이니까요.

이제 친구들이 보내준 글을 함께 볼까요?

윤형이는 심청전을 읽고 엄마의 사랑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엄마 사랑에 견주어 이것저것 엄마에게 조르고 부탁했던 자신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때로 엄마가 혼낼 때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나아가 스스로를 잘 챙겨서 가족들이 윤형이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심청전은 판소리 열두 마당 중의 하나인<심청가>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입니다. 우리의 고전소설이지요. 우리 고전으로 나온 책들은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형태의 책으로 나와 어떤 책이 원문에 가까운지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래서 책마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그 차이점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은 공부거리가 됩니다. 윤형이는 책을 읽지 않고 막연히 알고 있었던 심청전과 책으로 만난 심청전은 어떻게 달랐나요? 궁금해집니다.

장난감을 사기가 쉽지 않던 예전엔 모두 직접 만들었습니다. 두꺼운 종이에 인형을 그리고 오려서 놀이를 했습니다. 딱지도 직접 접었습니다. 모양도 두께도 모두 다른 딱지였습니다. 손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고 예쁜 돌을 깎고 다듬어 공깃돌을 만들었습니다. 풀을 뜯고 꽃잎을 따고 흙으로 밥상을 차려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둘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해도 늘 참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생각들이 쏙쏙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장난감이 넘쳐납니다. 돈만 있으면 다 만들어진 장난감을 원하는대로 살 수 있습니다.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금방 싫증을 내기도합니다.

재민이는 직접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종이컵으로 인형을 만들어 재미있게 놀았던 이야기를 시로 썼습니다. 직접 만든 인형이라 더 소중한 마음이 들었나봅니다. 혼자 있을 땐 인형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랑도 그걸로 인형놀이를 같이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찢어져 못쓰게 되면 마음이 많이 안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친구들도 다 만들어진 장난감, 돈 주고 살 수 있는 장난감대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들어 놀면 좋겠습니다.

글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종이컵 인형’이란 제목으로 쓴 재민이 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남이 쓴 글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으로 글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욱 소중한 일입니다. 하고, 듣고, 보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세요. 멈추지 말고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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