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부여·사물 형상화
좋은 작품 요소 중 하나

▲ 김홍주 시민기자

· 시인

· 전 민예총 춘천지부장

· 현 성수여고 교사

· 한국작가회의 회원

필자는 지금 충청남도 삽교천 부근 도성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방학 때 마다 이곳에서 초등학생들 야학을 한지 어느덧 5년이나 됩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고등학생으로 커버린 아이들부터 이제 중학생으로 진급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마을의 아이들은 참 사연이 많습니다. 편모, 편부 이혼 가정은 물론이고, 엄마와 나이 차이가 10살도 안되는 새엄마도 있고, 사업 부도로 서울 외곽으로 떠 돌다가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른 주민들은 처음에는 이웃끼리 서로 얼굴도 안 마주치는 그런 곳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막장 같은 마을에 후배가 공동체를 만들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같이 놀아주는 일을 시작 할 때 주변사람들은 참 무모한 짓이라고 비웃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후배는 아이들과 탁구를 치며 같이 놀아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6명의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식사며 잠도 같이 잡니다.

필자가 5년 전 당진 석문방조제에 낚시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후배의 공동체를 방문 했을 때 참으로 충격적인 현장을 보았습니다. 서울 회사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아내와 아들 둘과 함께 이곳에 정착을 시작하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 겨웠습니다. 동네의 술주정뱅이부터 갈 곳없는 어린아이까지 챙기고 책을 읽어주며 섬기는 모습은 제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을 수 없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같이 책읽기 였습니다. 동화읽기, 글쓰기등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돕다가 이제는 방학 때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답니다. 외부의 어떤 지원없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더라도 아이들이 새 꿈을 통하여 마을이 변화되는 과정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본지에 게제된 작품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먼저 산문부문에서 독후감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강릉 경포초6 최정윤)를 살펴보면 문장을 전개하는 능력이 탄탄하고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범상치 않고 많은 연습을 한 흔적들이 발견 됩니다. 문맥이 일관성이 있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각자의 다른 사연을 소개함으로서 글의 내용을 풍부하게 지탱하고 있지요. 그리고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서로 비교하는 표현도 매우 양호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한다면 지은이 소개와 하이킹을 떠날 때의 계절 상황에 대한 소개, 왜 삼촌에게 갔는지에 대한 이유와 삼촌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면 더 폭넓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조언입니다.

다음으로 운문 부문을 감상하면, 동시 ‘내 친구를 찾아서’(영월 청령초4 이민형)에서 우리들은 오랜만에 빨간 우체통을 기억케 합니다. 그 우체통 속에 편지들이 빼곡이 들어찬 모습을 상상하면서 어린이들의 정겨운 표정도 그려내지요. 이 동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요즘은 편지 대신 인터넷 메일이나 문자 등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정성들여 편지를 쓰는 그 마음은 누구에게도 감동이며 아름다움입니다. 동시는 짧고 간결한 표현이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의 어릴 적 추억들이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동시의 세계는 바다와 같이 넓어서 그 안에는 온갖 기억들이 헤엄치고 있답니다. 그것이 생명력이며 어른들과 함께 공유해야하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주제 선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빨간 우체통을 형상화 한 이 글은 상징성이 깃든 좋은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동시 ‘삐진 비’(영월 연당초5 이예진)를 감상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의 심정을 동시로 표현하고 있지요. 비의 입장에서의 느낌과 비에 인격을 부여하여 함께 이야기 하는 표현도 재미있습니다. 비의 입장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엇갈리는 것을 시어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제로 이렇게 동시를 완성하려는 것은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조언하자면 행을 가르는 연습과 호흡을 가다듬어 표현하는 방법등을 많이 연습하기를 바랍니다. ‘콧바람 때문에 낙엽이 흔들린다’는 표현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자질이 내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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