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여성의 날
도내 여성 기관장에게 듣는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1만5000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여성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내 여성 기관장들에게 여성으로서 겪었던 역경과 앞으로의 희망을 들어본다.



 

 

“여성 특유 리더십 발휘 더 많은 기회 만들어야”
나명숙 한국환경공단 강원지사장

나명숙 지사장은 “과거 여성의 결혼은 곧 회사와의 이별은 고하는 공식”이라고 회상했다.

과거 가정과 일 모두 놓칠 수 없었던 여성들은 강단과 끈기, 눈물이 필요한 시기를 견뎌왔다. 나 지사장은 두달뿐인 출산휴가 후 갓난아이를 두고 출근하던 날과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있다. 나 지사장은 “당시는 일 가정의 양립이라기보다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며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육아와 회사 사이에서 눈물과 땀을 흘리는 여성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남녀 차별도 경험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빠른 변화를 맞이했고 그 과도기 안에서 늘 치열하게 살아왔다. 나 지사장은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 낸 장애물을 넘으며 지금까지 왔다”며 “여성특유의 감성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을 때 내가 더 커 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 지사장은 후배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기회를 잡고 더 많은 기회를 새로이 만들라”고 조언했다. 이어 “여성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 포기보다 배려가 중요”
안광인 안전보건공단 강원지사장

안광인 지사장은 안전보건공단 공채 1기, 여성 기술직 1호로 입사했으며 출범 27년만인 2014년 첫 여성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 ‘여성 1호’의 역사를 썼다.

안 지사장은 “여성 1호라는 타이틀에 자부심도 느꼈지만 여성 지역사령관으로서의 책임감에 어깨도 무거웠다”며 “하지만 여성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면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입사 초기인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터널공사장, 지하철공사장, 광산 갱내 같은 현장에 여직원이 점검을 나가면 ‘부정탄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 지사장은 “최근 다행히도 사회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공단 내에서도 채용, 승진, 임금 등에서 여성을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양성평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장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출산기,육아기,고3 수험기 등 몇 번의 고비가 찾아온다”는 안 지사장은 “그 때 포기하지 않고 잘 넘기다 보면 연륜도 쌓이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킹맘 최대 고민 육아 남성과 정정당당히 경쟁”
서인자 강원서부보훈지청장

서인자 지청장은 태어나면서부터 남녀 차별을 경험했다. 종갓집 장남의 손녀로 태어난 서 지청장은 “특히 교육에 대한 차별이 심해 손자들은 중학교부터 서울로 유학을 보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던 여성들이 자유롭게 고등교육을 받고 대기업 임원이나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등 각계각층 에 진출하는 사례를 보며 한국 사회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서지청장은 워킹맘으로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이에게 엄마가 꼭 필요할 때 시간을 내지 못했을 경우”라며 “육아와 아이들 교육 문제가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에서 겪고 있는 남녀 차별의 대부분이 고정관념으로 인한 것이라는 서 지청장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조직내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적극적이고 소신 있게 역량을 발휘해 여성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꿈을 위해 전문성과 열정, 겸손함을 갖추고 도전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전과 인식개선으로 자기관리 목표 가져야”
김영녀 도여성가족연구원장

김영녀 원장은 “그동안 많은 여성운동가와 NGO단체들의 노력으로 여성권익에 법·제도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우리사회에 있어 유리천장은 단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남녀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주변 다른 직종에서는 많은 사례를 봐왔다”며 보다 진일보한 변화를 기대했다.

김 원장은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개념이 없었던 시대에 대부분의 여성 피해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김 원장은 “가정폭력도 그저 부부간의 가정사로 여겨 정책적으로 근절시켜야할 문제의식 조차 갖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성공무원으로서 퇴직을 앞두고 있는 김 원장은 “여성들이 자기관리를 위한 뚜렷한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여성들에게는 특히 일에 있어서 도전과 열정이 필요하다”며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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