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등 아무런 제재 없어
남성도 거리낌 없이 주차
“무용지물” 대책마련 필요

▲ 춘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1층 대부분이 여성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남성을 비롯한 시민 누구나 별다른 제재 없이 이용하고 있다. 사효진

춘천에 사는 직장인 유모(34)씨는 남성임에도 대형마트 등에 마련된 ‘여성전용 주차구역’을 거리낌 없이 이용하고 있다.

여성전용 주차구역이 주로 주차장 1층 출입구 쪽에 위치한 탓에 편리한데다 장애인 주차구역과 달리 벌금도 없어 굳이 지켜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매장 입구와 가까운 주차장 1층 대부분을 여성전용 주차구역으로 해놓으니 비효율적”이라며 “빈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여성고객이 많은 유통업계에서 여성의 안전과 편의를 배려해 도입한 ‘여성전용 주차구역’이 별다른 제재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라는 지적이다.

29일 도내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춘천지역의 A대형마트는 총 주차장 550면 중 117면(22.1%)을 여성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강릉의 B마트는 지하 1층과 지상 2~4층의 전체 주차장(456면) 가운데 17.1%에 해당하는 78면(지하 1층)을 여성전용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여성전용 주차공간은 도내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여성 안전을 보장하고 편리한 주차 등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남성고객이 이용해도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처럼 법으로 규제된 부분이 아닌 탓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 ‘여성전용’이라는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용주차공간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여성전용구역보다는 남녀 모두가 안전하고 배려받는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장애인,임산부 전용주차구역과 달리 여성전용 주차공간은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배려받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leejj@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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