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9개월간 전국 44개 복지시설 털어…인터넷 지도 검색해 사전 답사

보안시설이 취약한 전국 각지의 복지시설만을 골라 3년 9개월간 금품을 훔친 전문털이범이 경찰에 구속됐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30일 복지시설 등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권모(52) 씨를 구속했다.

권 씨는 지난 10일 오후 10시 30분께 고성군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창문을 뜯고 침입, 금품을 훔치는 등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복지시설에 88차례 침입해 8천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가 범행한 복지시설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제주 등 44개 지역에 이른다.

경찰 조사결과 권 씨가 복지시설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권 씨는 4년여 전인 2012년 9월 양양의 한 장애인 단체 사무실에 침입해 금품을 훔칠 당시 공금통장에 비밀번호가 기재된 점에 착안, 복지시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복지시설 사무실의 경우 공금통장과 체크카드를 한곳에 보관하면서 비빌 번호를 통장에 적어 직원들끼리 공유한다는 점을 권 씨는 노렸다.

권 씨는 복지시설 직원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심야에 드라이버로 사무실 출입문이나 창문을 뜯고 들어가 현금과 통장, 체크카드, 차량 열쇠 등을 훔쳤다.

복지시설을 노린 권 씨의 범행은 날로 진화했다.

인터넷 지도로 지자체 등 관공서 주변의 복지시설을 확인한 권 씨는 범행 전날 해당 시설 주변에 CCTV 설치와 사설 경비업체 가입 여부를 꼼꼼히 체크했다.

사전 답사를 통해 농촌이나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보안시설이 취약한 복지시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권 씨는 훔친 은행통장에 적혀 있는 비밀번호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해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도주도 치밀했다.

권 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현금 인출 시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범행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벗어날 때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훔친 차량은 다른 지역까지 몰고 가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뒀고, 도주 중에는 휴대전화와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권 씨는 모텔 등지에서 생활하다가 훔친 돈이 바닥나거나, 생활비가 필요하면 또다시 범행에 나서는 등 3년 9개월간 절도 행각을 이어갔다.

경찰은 "통장과 비밀번호, 체크카드는 반드시 별도 보관하고 시설 내 CCTV 설치 등 방범시설을 보완해 유사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며 "복지시설의 기금 관리에 소홀함이 드러난 만큼 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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