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 시행 10년 그 후]
언어·문화 이해도 달라 잦은 싸움에 폭언·폭행
1366센터 외국인 상담 가정폭력 전체 85% 차지
다문화 수용성 제각각 고연령층일수록 낮아
교육·교류 확대 필요

 

다문화 시대의 그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A(30대·여)씨는 한국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그동안 꿈꿔왔던 한국생활을 시작했지만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남편만을 믿고 낯선 땅을 밟았지만 언어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남편과 자주 다퉜고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입에선 폭언들이 쏟아져 나왔다.이후에도 남편은 문화적 배려와 이해를 전혀하지 않으면서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고,매맞는 엄마를 보고 자라는 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방황하기 시작했다.잦은 폭력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A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경찰은 한국말이 서툰 A씨를 위해 통역을 지원해 수사를 벌여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 상담소·긴급피난처를 찾는 다문화 여성들

다문화 여성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전혀 다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5)간 강원도내 국제결혼 건수는 3049건으로 하루 평균 1.6쌍의 국제결혼 부부가 탄생하고 있다.이 중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결혼한 건수는 전체의 86.1%인 2627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가정폭력,이주적응 등에 시달리면서 전문상담기관을 찾고 있다. 이들은 거주지역 내에서 상담받길 꺼려하는 탓에 지역 내 기관보다는 인근 지역 상담기관으로 ‘원정 상담’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강원센터에 접수된 외국인 상담건수는 총 732건으로 하루 평균 2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가정폭력이 전체의 85%인 62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부갈등(37건),성폭력(35건),본인신상(8건),이주적응(7건), 가족문제(5건) 순이었다.

올들어 지난 달 30일 현재까지 371건의 외국인 상담이 접수됐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이 82%인 3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매매(18건),가족문제(14건),부부갈등(11건) 순이었다.지난해에는 도내 곳곳에서 올라온 40명(성인 26명·미성년자 14명)의 외국인이 임시보호를 위해 센터 내에서 운영하는 긴급피난처(최장 7일까지 이용가능)를 다녀갔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11명(성인 10명·미성년자 1명)이 긴급피난처에 머물면서 임시보호를 받았다.김재현 춘천시다문화센터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어울려 살때는 다른 문화에 대한 배척과 차별,이주민에 대한 주변의 낮은 인권의식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문화만을 강요하기 보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다문화 정책 10년,여전히 낮은 수용성

한국 사회에 ‘다문화’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용성은 낮아 다문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정부는 지난 2006년 4월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처음으로 수립해 시행했고 2008년 3월 다문화가족 지원법을 제정했다.이후 결혼을 통해 강원도에 정착한 여성은 모두 6615명에 달하며 도내 초·중·고에 재학중인 다문화 학생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도내 초·중·고에 재학중인 다문화 학생은 지난 2008년 1142명에서 2009년 1465명,2010년 1728명,2011년 2053명,2012년 2422명,2013년 2660명,2014년 3080명,지난해 3452명으로 매년 300여명씩 증가했다.특히 최근 10년 동안 도내 다문화 학생의 전체 학생수 대비 비율은 전국 비율보다 0.24~0.55% 가량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다문화수용성은 고연령층,저학력층,저소득층 일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문화수용성 조사결과 20대(57.50점),30대(56.75점),40대(54.42점),50대(51.47점),60대 이상(48.77점) 등의 순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낮게 나타났다.

다만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다문화사회에 수용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교육현장에 희망을 주고 있다.지난해 청소년 3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중·고생)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67.63점으로 지난 2012년(60.12점)보다 상향,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수용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 춘천시다문화지원센터장은 “전반적인 다문화수용성 향상에도 불구 여전히 고연령 일수록 다문화 수용성이 낮아 전반적이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문화 이해 교육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주민과 내국인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한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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