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혼기가 찬 귀여운 딸을 둔 두더지 부부가 사윗감으로 누가 좋을 까 고민 끝에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해를 찾아가 사위가 되어주기를 청한다.해는 구름이 자신을 덮어 버릴 수 있고,구름은 바람이 불면 자신은 힘없이 흩어지며,바람은 내가 아무리 세게 불어도 저 아래 있는 돌미륵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위가 되어 줄 것에 대해 거절한다.돌미륵이 자기 밑에 있는 두더지가 지금 땅을 파헤쳐 곧 넘어질 지경이라고 하자,두더지 부부는 결국 두더지 가운데서 딸의 사윗감을 찾았다.야서지혼(野鼠之婚) 이야기로 조선 중기의 학자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유래하였다.분수,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우화다.두더지 부부가 딸의 사윗감을 해,구름,바람 가운데서 찾은 것은 분수를 모르는,기본이 잘못된 무모한 행동이다.

사전에서 ‘기본’을 찾아보면 사물이나 현상,이론,시설 등의 기초와 근본이라고 적혀있다.어려운 때일수록,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1년째 3만 불을 넘지 못하고,2만 불대에 머무르고 있다.경제의 효율성과 미래 잠재력을 수치화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 11위까지 올라갔다가 계속 하락해 2014년 이후 3년 연속 26위를 기록했다.국가경쟁력지수가 한 국가의 경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순위가 높은 국가가 대부분 선진국인 것을 보면 상관관계가 높다고 볼 수 있다.금융시장 성숙도(80위),노동시장 효율(77위) 순위가 상대적으로 바닥권이다.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기본인 국가경쟁력지수를 높여야 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5년 법질서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다.고개가 끄덕여 진다.지난여름 산과 계곡,강과 바다는 쓰레기로 심한 몸살을 앓았고,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기초질서 위반이 반복되면 범죄와 사회무질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일상생활에서 담배꽁초 버리지 않기,껌이나 침 뱉지 않기,새치기하지 않기 등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법질서 준수의 기본이다.

학생이 공부를 잘 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하고,목수가 좋은 집을 지으려면 무엇보다 땅고르기부터 잘해야 한다.모래밭에 좋은 집을 지을 순 없다.‘기본’은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용어의 하나이다.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공자의 제자인 유자(有子)는 논어 학이(學而)편에서 ‘군자무본(君子務本),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즉,군자는 기초를 다지는 데 힘써야 하고 기초가 제대로 서면 나아갈 길이 눈앞에 생긴다고 하였다.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기본 없이 시작할 수는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다.기본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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