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우

수필가·시조시인

직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다양한 정도가 아니라 보통 시민은 어떤 직업이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도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따라서 미래예측이 좀처럼 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그래서 공연히 불안해지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나는 희수를 바라보면서 매주 금요일에는 유치원에 나가서 아이들에게 숲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산과 들을 다니며 놀아주기도 하는 숲,생태해설교사를 하고 있다.다섯 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라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까 이야기를 나누었다.여자 아이 하나가 이야기를 할 듯 말 듯 나를 바라보면서 입만 쫑긋거린다.그 아이를 불렀다.이다음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역시 입만 오물대고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다.아이를 안으면서 내게만 알려달라고 했더니 내 귀에 입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난 엄마하면서 살 거야”라고 속삭인다.나는 그래그래 하면서 아이를 쓰다듬고 내려놓았다.아이는 후련한 얼굴을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엄마가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하지만 자상하고 배려해주는 엄마다운 엄마는 요즈음 오히려 흔하지 않다.교육은 엄마로부터 시작된다.그 엄마의 역할로 만들어져야 할 문화가 결핍되는 엄마문화실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직업이 다양해지고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세상이 되고 보니 결혼기피 현상과 여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결혼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또 어렵사리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여 있는 것이다.출산율이 부부 당 1명 수준이 겨우 이어지고 있다.아이 기르기와 교육비가 부담되어서인 것 같다.국가적으로 출산장려금,세금,주택문제 등 여러 가지 권장제도를 마련하지만 크게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러 대안 중에 ‘직업 엄마 제도’도 생각해 볼만 하지 않을까한다.우선 대학에 직업 엄마 과를 만들어서 지금의 유아교육과 보다 더 엄마의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전문적인 직업 엄마를 배출해야 할 것이다.제도적으로 국민 의식적으로 정착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직업 엄마가 요구되는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부부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어렵기도 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가 커져서 집안에 매달려 살림하고 아이 기르는 일만 하려고 하지 않는다.이러다 보니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고 해도 육아방법을 잘 모르는 덜 익은 부모가 되고 있으니 육아 전문교육을 받은 직업 엄마에게 맡겨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치원 아이가 내 귀에 속삭여주던 엄하면서 사는 직업 엄마가 나와 주기를 바란다.영유아를 전문적으로 보육하면서 엄마를 대행할 수 있는 직업 엄마가 대학에서 길러지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직업 엄마가 곳곳에서 엄마문화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어서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어린이들이 뛰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활기찬 마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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