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선비행장’ 등 문헌 토대
부유한 귀족 여성 이미지 부당
어려운 여건 속 대성한 워킹맘

▲ 사임당 초충도 8폭중 제5폭 ‘맨드라미와 개구리’

‘풀이여 벌레여 그 모양 너무 닮아/부인이 그려 낸 것 어찌 그리 교묘할꼬/…/채색만을 쓴 것이라 한결 더 아름다워/그 무슨 법인가 무골법이 이것이네’(숙종이 사임당의 ‘초충도’에 부친 시)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초충도로 유명한 신사임당.현모양처의 표본으로 알려진 사임당의 실제 삶은 어땠을까.

조선시대 문화사의 권위자인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는 신간 ‘사임당전’에서 조선을 지나치게 경직된 사회로 보는 인식과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신사임당에 대한 평가가 온당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 사임당전
정옥자

정 명예교수는 사임당의 아들인 이이가 남긴 ‘선비행장’을 비롯해 다양한 문헌을 통해 사임당의 생애를 복원한다.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임당에 얽힌 각종 오해를 분석해 바로잡는다.책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덧씌워진 이미지가 아닌 사임당의 실제 삶에 초점을 둔다.

저자는 사임당이 안락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호사 취미로 시서화 등 예술을 즐기며 호강한 귀족여인인가에 대한 물음에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한다.사임당의 예술은 결코 여유로운 귀족 취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그녀는 결혼 이후 모든 살림의 부담을 떠안고 고군분투하는 인생을 살았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임당이 고단한 생을 살았지만 타고난 천재성과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예술가로서 대성했다고 평한다.그는 “사임당은 결혼생활의 성공과 자아실현을 모두 이룬 여성”이라며 “여권이 신장한 오늘날에도 어려운 일을 전통적인 유교 사회에서 이뤄냈다”고 말한다.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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