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재·AI 여파 출하량 감소
설 성수품 전년비 9.9% 상승
소주·식용유값 등 잇따라 인상

 

설 명절을 앞두고 급격하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 가계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이상 기후부터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각종 악재로 식재료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다가올 설 명절에는 물가가 더 뛸 것이란 전망에 주부들의 가계부에 빨간불이 켜졌다.물가 상승 품목과 원인,전망들을 짚어봤다.


■ 두배 뛴 부식 값

주부 이민숙(45·춘천)씨는 10일 낮 네 식구의 5일치 먹거리를 위해 장을 봤다.계산을 마친 이씨는 총 금액이 7만6000원 가량 적힌 영수증을 손에 쥐었다.작년보다 평균 2만5000원 정도 더 든 셈이다.양배추,콩나물, 소고기,국거리 등 부식재료와 아이들 간식,냉동식품,빵 등 기본 식료품만 구매했는데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연말들어 뛰기 시작한 식재료값이 품목도 확대되고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계란 한판(30알·특란) 평균 소비자가격은 9100원대로 작년동기(5500원대)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양배추 한 포기 가격도 5600원대로 작년(2500원대)보다 두배 이상 비쌌다.당근도 100g 당 가격이 690원 정도로 지난해(250원대)보다 2.5배 뛰었다.작년 1개 당 1290원대였던 무 값도 올해는 3090원대로 130% 가량 치솟았다.배추는 한 포기 당 4300원대로 작년가격의 두배에 달했다.

수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갈치는 한 마리에 9700원대로 작년보다 20% 올랐고,마른오징어도 열마리 2만8000원대로 작년대비 20%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에 물오징어 값도 한마리 당 2900원으로 2500원대였던 작년과 평년 가격을 웃돌고 있다. 한우등심(100g·1등급) 소비자 가격도 7900원대로 5% 이상,돼지고기(삼겹살 100g·냉장) 값도 1890원대로 약 10% 상승했다.

여기에 주류까지 오름세에 들어섰다.편의점 기준으로 소주 한병 가격은 1600원에서 1700원대,맥주값도 카스 1850원에서 1900원,하이트의 경우 1800원에서 19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외식물가 인상도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식당에서 사먹던 소주값도 최근 1000원이 올라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지난해 남미 홍수로 식용유 원료인 콩 수입량이 줄어들면서 식용유값이 뛰면서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주부 이민숙씨는 “가정 소득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물가만 폭등했다”며 “현재 생활비로는 대책이 서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춘천의 한 마트에 시민이 양배추를 고르고 있다. 사효진

■ 기상악화·AI 물가상승 주범

식재료 가격이 들썩이는 이유는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차바 등 기상악재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농촌연구원에 따르면 기상악화로 월동무와 가을 양배추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각각 3%,9% 줄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평균기온과 일조량이 떨어져 배추,당근 재배면적까지 줄어드는 등 작황이 부진했다.이러한 악조건은 생산량을 떨어뜨렸고 결국 시장공급량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사태가 발생,물가상승의 주범이 됐다.

그 중에서도 작년 가을배추 생산량은 112만8000t으로 지난해 143만6000t보다 21.4% 감소했다.가을 무 생산량도 40만1000t으로 작년보다 22.8%,콩 생산량도 7만5000t으로 작년대비 27.1%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상악재를 만난 작물 대부분이 출하량 감소로 가격이 뛰었다”며 “공급부족 문제는 올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I여파로 계란값도 폭등했다. 지난 여름 7500만 마리를 유지하던 산란계는 폭염으로 300만∼400만 마리가 감소한데 이어 AI 발생으로 4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때문에 불과 4∼5개월 만에 전체 산란계의 10%가 줄어 계란 값이 폭등한 것이다.

주류 빈병 보증금도 물가 상승 요인이 됐다.소주는 40원에서 100원으로,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되면서 주류가격을 끌어 올렸다.


■ 설 명절 물가 고삐 풀릴 수도

이러한 물가 상승은 설 명절 성수식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설 성수품과 생필품 등 27개 품목의 물가는 전년보다 평균 9.9% 상승했다.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3%의 8배에 달한다.

이는 설 성수식품의 주요 품목인 농수축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게다가 명절인 만큼 소비 증가로 수요량이 집중되면 재고부족 등 공급에 차질이 발생,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농축수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물가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때문에 정부는 조만간 설 명절 물가동향에 대비해 주요 성수품 공급을 1.4배 확대하는 등 민생 대책을 내 놓을 방침이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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