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부산 주상복합·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와 판박이

▲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친 가운데 이번에도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는 목격자 증언이 잇따르면서 가연성 외장재가 대참사를 불러왔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장재 자체가 가연성 재질인 데다 인화성이 높은 접착제로 시공되고, 건물 외벽과 외장재 사이에 틈이 있어 공기가 쉽게 유입돼 불이 번지는 '굴뚝효과' 때문에 화재 피해를 키운다는 설명이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최초 목격자인 행인이 119로 화재신고를 했고 소방대는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불은 순식간에 위로 번져 건물 전체를 휘감았다.

목격자들은 1층에 세워둔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치솟은 불길이 2층의 간판으로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건물 위쪽으로 번졌다고 입을 모았다.

제천시에 따르면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 외벽 시공에는 드라이비트가 쓰였다.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로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데 불에 매우 취약하다.

해당 건물이 1층이 비어있는 필로티 구조여서 외부 공기가 건물 내부로 쉽게 유입된 데다 외벽 외장재도 화재에 취약해 불길이 건물 안팎으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1월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던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불에 취약한 외벽 마감재인 드라이비트 탓에 불이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2010년 10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때도 건물 외벽의 가연성 외장재 때문에 피해가 컸다.

당시 4층 재활용센터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20여 분 만에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덮인 외벽을 타고 38층 꼭대기까지 불길이 올라갔다.

▲ 2010년 불이 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 2010년 불이 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에 취약한 알루미늄 패널은 온도가 660도가 넘으면 알루미늄이 녹으면서 패널 내부의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에 쉽게 착화되는 위험성이 있다.

특히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물 벽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인화성이 강한 접착제로 부착되기 때문에 공기가 패널 앞뒤로 쉽게 들어가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연성 외장재를 쓰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욱 부경대 소방공학과 교수는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신축된 건물에는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이전에 가연성 외장재를 쓴 건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불연성 외장재로 바꿔 다시 시공하도록 강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가연성 외장재는 쉽게 불에 타고 연기나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단계적으로라도 다중이용시설의 외벽에는 난연성 혹은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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