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통일은 쉽게 오지 않았다.오히려 한국전쟁으로 분단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정전협정이 조인되던 1953년 7월 27일,사람들은 애통해했다.전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렀건만,한국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전쟁을 멈춰도 분단은 지속되므로 한국인에게 정전협정이란 언젠가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는 불완전한 평화를 의미했다.정전협정 조인 다음날 동아일보는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게도 못지않게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이거늘,오늘의 휴전평화는 앞으로 더 무서운 비극이 닥쳐올지도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을 주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개탄했다.1954년 4월에 한국전쟁의 후속조치로 남북을 비롯한 19개국 외상들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한반도 평화통일방안을 논의했다.남북한의 통일방안이 충돌하고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회담은 결렬되었다.그 후 반세기가 넘는 오늘까지 한반도에는 불안한 ‘휴전평화’가 이어졌다.지금도 한국전쟁은 아직 종전과 평화를 선포하지 않는,그래서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있으며 분단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반도 분단이 시작된 1948년으로부터 70년이 지난 2018년,마침내 분단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4월 27일에 판문점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했다. 한국전쟁으로 시작된 휴전과 평화의 불완전한 공존이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환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잡은 60대와 30대인 두 정상을 바라보며 70년 전인 1948년 4월에 열린 남북연석회의를 떠올렸다.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총선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했던 남북연석회의를 이끈 이는 70대의 김구와 30대의 김일성이었다.그로부터 70년이라는 분단의 세월이 흘렀고,그 끝이 보이기 시작한 지금,완전한 평화를 향한 첫 걸음을 떼면서,‘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결코 분단은 용납할 수 없다던 김구의 이 말을 새겨본다.“마음의 삼팔선이 무너지고야 땅위의 삼팔선도 철폐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