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배우 유오성
가을 극장가 화제작 ‘강릉’ 주연
기존 누아르 차별화 출연 결정
‘느림’의 강원 정서 담긴 작품
우리가 사는 ‘위선의 시대’ 그려

▲ 영화 ‘강릉’스틸컷.
▲ 영화 ‘강릉’스틸컷.

유오성이 3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마이 컸네”,“아이다 친구끼리 미안한거 없다” 등 경상도 사투리로 익숙한 배우 유오성이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조직폭력배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지난 10일 개봉 첫날부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강릉’에서다.강원도 누아르,다소 생소하지만 영월 출신인 그의 진심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작품 아닐까.유오성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뿌리를 찾아가는 심정으로 촬영한 영화”라며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유오성은 30년 간 수많은 인물로 변신해 왔지만 상업영화에서 강원도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독립영화로는 ‘감자 심포니’가 있었는데 고향 친구 전용택 감독의 작품으로 자전적 고교시절을 담은 내용이었다.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영화제 대상 수상작이지만 저예산 독립영화인 만큼 관객들에게 인사할 기회는 적었다.그래서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다.유오성은 “영화 ‘친구’로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는데 강원도 사람으로,또 배우로서 강원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다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욕심을 냈다”고 했다.

▲ 유오성 배우는 본지와 2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강원도 이미지를 영화적으로 새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 유오성 배우는 본지와 2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강원도 이미지를 영화적으로 새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오성은 이번 영화에서 조연인 ‘최무상’ 역으로 캐스팅됐지만 주연 김길석 역을 하겠다며 감독을 설득했다.“주인공이 어딨어요.배우는 배우인 거지.”그는 굳이 길석 역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주인공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유오성은 “제가 무언가 나서지 않고 푸닥거리지 않아도 되는 역할이라서 좋았다.주변인들을 통해 모습이 나오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연기는 캐릭터를 성격화(캐릭터라이징)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혼자 이야기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구축된다.함께하는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이라서 길석이 가진 모습들이 이들을 통해 비춰질 것이라 자신했다”고 했다.길석의 페르소나는 최무상(김준배 배우),김형근(오대환 배우),이충섭(이현균 배우)과 같은 주변인들이다.그는 “배우는 3차원의 보이지 않는 정서를 2차원인 평평한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으로 전달한다.이는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앙상블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실제 극중 대사량이 많은 편이 아님에도 ‘유오성은 유오성이다’,‘믿고 보는 유오성’ 등 연기 극찬이 잇따랐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사에서 강원도가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컸다.유오성은 “강원도는 기존 영화들에서 정이 많은 이미지로 비춰져왔다”며 “좋게 이야기해서 소박한 것이지 어리숙하고 바보스럽게 희화화 되는 뉘앙스가 있어서 보고 있으면 괜스레 무시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그는 “강원도는 우리나라에서 육지의 섬처럼 보여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증명해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조직폭력배가 쓰는 ‘강원도 사투리’가 낯설기는 대중에게도 마찬가지.하지만 그는 이것이 진정한 누아르를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강원도 말이 주는 정감어린 말투가 진중함과 묵직함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기존 누아르와 다르다는 점도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다.유오성은 “기본적으로 누아르 영화들은 화려한 장치와 클리셰,여성 성상품화 등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달랐다”며 “누아르 장르의 클래식한 모습이 없는 것에 당황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윤영빈 감독의 연출로 불식시켰다”고 했다.이번 영화는 그의 전작 ‘비트’,‘친구’에 이은 ‘배우 유오성’의 누아르 3부작으로 꼽힌다.앞선 작품들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대를 연기했고,이번 영화에서는 처음 50대로 등장한다.유오성은 “20세기에 ‘비트’를,21세기 초중반에 ‘친구’와 ‘강릉’을 찍게 됐다.20대 후반과 30대 초반,50대에 각각 촬영한 것”이라며 “나름대로 유아기,청년기,장년기라고 생각한다.그 나이 때 바라보는 세상읽기와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강원도 사람들의 정서는 ‘느림’이라고 생각해요.정체된 것과는 다른 차원인데 느긋하거나 여유롭다는 것이죠.”
그는 ‘강릉’이 강원도 사람의 정서가 잘 전달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특히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도 심리적으로 여유있게 배치됐다.템포가 시간의 물리적 속도,리듬이 감정의 속도라고 본다면 급히 서두르는 템포는 아니면서도 리듬은 처지지 않는,‘느림의 미학’이 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유오성은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언행불일치의 세상을 살고 있어요.현실이긴 하지만 내 고향 강원도를 통해서 ‘위선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식과 원칙을 기준점 삼아 사는 사람들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 강릉 봉봉방앗간에서 본지와 만난 배우 이현균(왼쪽부터),윤영빈 감독,배우 유오성·김준배.
▲ 강릉 봉봉방앗간에서 본지와 만난 배우 이현균(왼쪽부터),윤영빈 감독,배우 유오성·김준배.

영화 촬영 후반부에서는 속편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유오성은 “오대환이 연기한 인물(김형근)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칼을 쓰지 않아서 의미가 있는 역할”이라며 “‘강릉 2’가 나온다면 미래권력의 상징으로 오대환이 칼을 쓰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다.“감독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하고 저도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물감이 좋으면 화가들이 욕심을 내듯 작품이 좋다보니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웃었다.
그는 강원도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강원도 뭐 있나.아무것도 없어 우리는,무조건 직진이야.”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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