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폭력 예방 정책 새로운 시도
학교폭력 처벌 중심 대책에서
학생 성장·관계 회복 초점 맞춘
회복적 생활교육 대안으로 부상
학생 간 갈등 의사소통으로 푸는
학교별 자체 프로그램 도입 늘어
도교육청 학교 교육력 회복 목표
학폭 제로센터·갈등전환 지원단 등
학교폭력 예방·해결 체계적 지원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불거지며 다양한 학교폭력 사례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학교 폭력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관련 규정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더 이상 처벌 중심의 대책이 학교폭력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이에 학교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관계 갈등문제부터 학급운영과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학생 생활지도과정에서 응보적 처벌의 폐해를 극복하고 ‘성장’과 ‘관계회복’을 위한 교육적 조치를 위해 도입된 ‘회복적 접근’ 방식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신경호 교육감은 2024 신년사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을 교실 내 갈등의 해결과 예방을 배경으로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교실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학교폭력 예방정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육회복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내놓은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제 현장과 앞으로의 방향을 취재했다.

■ 학교 현장에서 회복적 정의를 실천해 나가는 교사들

수 년 전부터 학교폭력 예방정책으로 활용된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닥칠 크고 작은 갈등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줘 학교의 공동체성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사례도 늘었다.

남산초 윤은환 교사는 관계중심 생활교육을 시작한지 6년차가 됐다. 선생님은 활동의 일환으로 매주 반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아 서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어요” 등 게임처럼 진행되는 이 활동 시간이 언뜻 보기에 그저 즐거운 놀이활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학생들 모두가 공평한 발언기회를 갖고, 주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참여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인 것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들어가는 연구회도 있다. 김화공고에는 선생님들이 모여 김화관계중심생활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2019년에 창립된 연구회는 교육공동체인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회복적 대화 및 솔루션, 감정 교육, 원인 분석 및 자기성찰, 그룹 활동 및 협력, 긍정적 강화 및 칭찬하기 등의 프로그램들을 병행하고 있다.

장효준 연구회회장은 “학교현장에서의 생활교육은 보기보다 만만하지않다. 자꾸 생기는 일들에 지쳐 나 부터도 자꾸 응보적으로 학생들을 대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과 함께하는 신뢰서클에 참여해 응보적 방식이 아닌 학생의 피해 회복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부장 이희갑 교사는 “매년 바뀌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회복적 생활교육을 이끌어가려면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복적 정의의 원칙이 실현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며, 빠른 사안처리가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앞으로의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설정, 학교 현장에 회복적 정의라는 새로운 언어와 사고방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지원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 교육현장에 새로운 방식을 뿌리내릴 수 있는 실질적 지원 필요

2016년부터 회복적 생활교육을 도입해 추진해온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운영을 더욱 내실화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한 회복적 생활교육 운영 지원을 시작으로 지역별 연구회를 활성화하고 학교별 회복적 생활교육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지원한다. 또 학교폭력 사안을 자체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학교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사안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업무를 줄일 계획이다.

또 학교폭력 제로센터 운영으로 학교 교육력 회복에 집중한다. 학교폭력 제로센터는 △학교폭력 사안조사 △피해회복·관계개선 지원 △피해학생 법률지원으로 구성· 설치되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예방을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은 작년 12월 교육지원청 사안처리·관계회복 지원단 및 업무담당자 115명을 대상으로 ‘2023 학교폭력 갈등조정 및 관계회복 이해와 실습 연수’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17개 지역에서 외부 전문가 130명으로 구성돼 활동 중인 ‘갈등 전환 지원단’은 학교폭력 예방 단계부터 사안 발생 초기, 학교장 자체해결이나 심의위원회 요청시 투입되고 있다. 갈등 전환 지원단은 갈등 해결을 원하는 학생 및 학부모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학교폭력 처벌의 과정으로 가기 전 효과적인 대화법, 갈등관리기술 코칭, 대화모임 운영 등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조정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부터 운영해온 갈등전환지원단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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