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체계적 계획 정책 추진
회복적 생활·학교 전환 적극 실천”
교육연수원 “영국 우수사례 모티브
학교장·교사 등 직종별 연수 기획”
교육지원청 “생활교육협의회 조직
‘평화로운 학급 세우기’ 운영 지원”
학교 “서클 활동 등 관계 프로그램
회복적 생활교육 접목 학급 운영”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학교폭력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전문직원 및 교원을 연수단으로 구성해 회복적 정의 실천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 학교의 다양한 사례 탐방 및 분석을 진행했다. 연수단이 현지 담당자들과의 간담회 및 토론회를 통한 선도적 사례를 반영하여 강원교육에의 적용점을 모색하고 도교육청-교육연수원-교육지원청-학교에서 도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각자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 민경숙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관

“그동안 우리는 아이들이 한 잘못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여겨왔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배우는 방식에 있어서 피해자의 고통을 배제하고, 잘못에 대해 스스로가 아닌 강제로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인 경우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불편해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갈등이 줄지 않고,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해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회복적 생활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존중, 책임, 관계라는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를 접근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이며 회복적 학교는 회복적 정의에 기반해 학생들을 존중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며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다. 회복적 학교는 학생들에게 갈등이 발생했을 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에 강원교육의 중요한 학교폭력예방정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앞으로 회복적 학교의 정착을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교원대상의 연수를 통해 회복적 정의와 그 가치를 깊이 새겨 학교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려 한다.”

 

◇정재성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연수원 횡성분원장

“강원특별자치도교육연수원 횡성분원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갖게 됐을 때, 영국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사례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영국 교육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학교장이 교사를 이끄는 역할을 하며 수시로 소통할 뿐 아니라 교육 구성원 모두가 학교 운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또 모든 교직원이 ‘회복적 접근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교실 안에서 뿐만 아니라 학생이 생활하는 학교 곳곳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것이 교육연수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해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우리 연수원에서는 우선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 실현을 위한 직종별 연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을 모든 직종에게 똑같이 연수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 교감, 교사, 행정실 직원이 자신의 자리에서 회복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비록 교원의 잦은 이동으로 인해 장기적인 회복적 생활교육의 문화 형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연수원에서 학교의 요구를 파악하여 교직원에 대한 일회성 연수 차원을 넘어선 지속적인 연수를 통한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면 충분히 회복적 생활교육을 정착시키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함영빈 강원특별자치도춘천교육지원청 학생지원센터 장학사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선 회복적 생활교육 전문가 과정, 저경력 교사를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 과정 등, 교원을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연수를 계획하고 운영한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와 담임선생님이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평화로운 학급 세우기 프로그램을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각 학교 학생부장님, 지자체, 경찰서가 포함된 생활교육협의회를 조직하고, 각 주체들이 잘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하고 있다. 2023년부터 정치권의 이슈나 학폭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다룬 OTT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사회적인 분위기는 엄벌주의 쪽으로 많이 더 기울어졌고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 절차는 더 강화됐다. 학교에서도 사실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피로도를 느끼는 교원들도 많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소개된 후, 꽤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지친 상태인 것 같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엄벌주의를 통해, 피해학생의 진정한 회복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해학생들은 자신이 벌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학생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가해학생 또한 진정한 뉘우침이나 행동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육적이지 않다.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결국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학교 만들기이다. 이를 위해서 학교, 교육청 모두 어렵지만 뜻을 같이 해야 한다. 처음에는 더디더라도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모든 교직원이 공유하고, 최소 몇 년에 걸쳐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교육청의 장기적인 철저한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철환 철원 김화공고 교사

“첫 학교로 발령받게 된 김화공업고등학교에서 처음 겪어보는 학생 생활교육은 그동안 경험해온 응보적 생활교육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문제행동과 관련해 가해 학생 중심의 관점이 아닌, 문제행동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 피해와 그 피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생활교육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점점 변화돼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큰 놀라움을 가지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김화공업고등학교에 소속된 연구회에 참여하게 됐다. 2021년 처음 담임을 맡게 되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접목해 학급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기적인 서클운영부터, 몸놀이, 맘놀이와 같은 관계형성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물론 처음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다보니 조금 미숙한 부분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학생들도 처음 접하는 생활교육 방식이다 보니, 아직 서로가 평화롭게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담임을 맡고 학급을 운영하면서 반복적인 갈등과, 물리적이고 폭력적인 갈등해결 방식 속에서 피로함을 느끼고 ‘회복적 생활교육이 옳은 방향일까’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학생들이 학기 말 변화되는 모습과 갈등상황 발생 시 자신에 의해 피해받은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상대에 대한 처벌, 가해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피해자를 우선하고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진심 어린 변화를 이끄는 사회를 만들어갈 기회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 모든 학생들이 평화로운 공간 속에서 평화로운 관계와 평화로운 갈등 해결을 배우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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