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북부지방산림청장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저마다 다르다. 키와 굵기도 다르고, 햇빛을 받는 정도도 다르다. 하지만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나의 건강한 숲이 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직급과 세대, 업무와 경험은 서로 다르지만 이를 존중하고 연결하는 소통이 있을 때 조직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갑질 근절’과 ‘수평적 조직문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만큼 조직 내부의 작은 부당함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관리자의 말 한마디와 태도가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구성원의 자긍심과 의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기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6급 팀장 등 중간관리자 대상 소통 교육을 실시했다. 핵심은 단순히 ‘갑질을 하지 말자’는 강조에 있지 않았다. 처벌과 사후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관리자 스스로 소통 방식을 돌아보고, 조직 안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첫걸음은 ‘듣는 것’이었다. 전 직원 익명 설문으로 내부의 숨은 갑질과 부당지시 유형을 살펴보고 중간관리자의 소통 스타일도 진단했다. 조직문화 개선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데서 시작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어서 실시한 중간관리자 소통교육에서는 감정 관리, 세대 간 소통 심리학, 갑질 예방 가이드라인 등을 중심으로 ‘공감 리더십과 소통 코칭’을 진행했다.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부담이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돌아보고, 지시하기 전에 한 번 더 설명하고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듣는 소통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갑질은 거창한 사건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사적 심부름이나 당일 통보식 회식처럼 관행으로 여겨졌던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부당한 요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저연차 직원들이 침묵한다면 작은 불편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가 다양해지는 지금, 서로 다른 가치관과 업무방식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 기관은 이후에도 ‘상호존중 5대 실천수칙’을 공유하고, 소통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등 실천과 환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관장이 직접 참여해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고, 관리자부터 솔선수범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기관장인 나부터 돌아보려 한다. 직원들에게 존중과 소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의 업무지시가 일방적이지 않았는지,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 살펴야 한다. 갑질 근절은 어느 한 직급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조직문화이기 때문이다.
산림행정은 사람과 현장의 협력이 중요한 분야다. 산불 등 산림재난에 대응하고 국민에게 산림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은 한 사람이나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바로 변화하지 않는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필요한 순간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이어야 현장에서도 국민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다.
갑질 없는 조직은 거창한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 업무를 지시할 때 이유와 목적을 설명하는 것,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숲을 가꾸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조직 전체로 확산된다면 우리는 분명 더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서로 존중하고, 먼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조직. 그것이 우리 기관이 지향하는 모습이며,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산림행정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