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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백성 중 솜옷 입은 자가 아무도 없는데, 지독히 추운 때에 오랑캐 땅에 들어가게 했다가 큰 눈을 만나게 되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조선 성종 10년(1479년) 11월에 선정전(宣政殿)에서 사헌부 대사헌 김양경(金良璥)이 임금과 오랑캐 정벌을 논의하다가 추위를 걱정하면서 한 말이다. 솜옷조차 구할 수 없던 그 옛날에 한겨울 혹한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조선 숙종 35년(1709년) 1월 실록에는 ‘고성 북쪽에서 함경도 경계까지 바닷물이 지난 섣달 초승부터 얼어붙었는데, 그 너비가 50
명경대
최동열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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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님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는지, 한 아이가 훌쩍훌쩍 울고 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어 입을 가리고 킥킥대며 웃는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장가를 들어 갓을 쓴 학생도 눈에 띈다. 김홍도 그림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뛰어난 솜씨가 돋보인다. 천재 화가인 그의 그림이 높이 평가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 시대 기록과 그림이 주로 산수화와 왕가, 양반들을 주제로 다루었으나 김홍도는 서민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 중 ‘서당’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당시 훈장
명경대
이수영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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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을 대표하는 그림 가운데 하나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iberty Leading the People)’이다.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년)가 1830년 7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그렸다. 그림 한 가운데 여성은 ‘자유’를 상징한다. 한 손에는 프랑스 국기를, 다른 손에는 총검을 거머쥐고 있다. 시민의 탄생은 시민혁명을 예고했다. 태양왕 루이 14세로 상징되는 절대 왕정기 중상주의 정책으로 급성장한 부르주아 계급은 봉건제 타파에 나섰다. 1688년 영국 명예혁명, 1776년 미국 독립혁명을 거쳐 1789년
명경대
남궁창성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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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말 사상가 곽태(郭泰)가 산책 중 한 사내가 지고 가던 지게에서 시루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지게꾼 사내는 이를 무시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갔다. 이에 곽태는 사내에게 “여보시게 자네 시루가 떨어져 깨어졌다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내는 태연하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곽태는 “자네 전 재산이 다 날아갔는데, 왜 돌아보지 않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미 깨어졌는데 돌아보면 무엇 합니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전 재산인 깨어진 시루를 바라보면서 한탄했겠지만, 그 지게꾼
명경대
천남수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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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만나는 반가운 음식으로 어묵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아니 ‘어묵 국물’이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칼바람이 옷섶까지 파고들어 한없이 몸을 움츠리다가도 뜨끈한 어묵 국물 한 컵에 기지개를 켜듯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녹이니, 겨울을 위해 태어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게 우러난 국물 맛은 또 어찌나 진하고 구수한지. 서민들의 ‘소울 푸드’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흔히 일본 냄비 요리의 하나인 ‘오뎅(おでん)’으로도 혼동해 불리는 어묵은 사실 그 역사가 꽤 오래됐다. 조선 숙종 45년(1719년)의 연회 기
명경대
최동열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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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이 자란 수잔은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소녀다. 수잔의 이러한 생각은 백화점에서 ‘산타’로 일하는 크리스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하려는 크리스의 노력으로 수잔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다. 산타클로스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1994년 미국에서 탄생한 영화 ‘34번가의 기적’은 성탄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전설은 영화가 되었고, 영화는 전설에 확신을 갖게 했다. “난 멋진 옷을 입고 선물만 주는 유쾌한 인물로 끝나지
명경대
이수영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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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팥죽을 대문에 뿌려 액운을 없애는 풍습이 있었다. 중국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를 보면 ‘공공씨(共工氏)에게 어리석은 아들이 있었는데 동짓날에 죽어 악귀가 됐다. 팥을 무서워하므로 동짓날 죽을 만들어 쫓는다’고 했다. 여기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고 대문에 뿌리는 전통이 생겼다. 누구는 악귀를 물리치는 음식이어서 제사에 써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팥죽에 꿀을 타서 명절 음식으로 제사에 올리기도 했다.그 시절 동지가 되면 관상감(觀象監)이 달력인 역서(曆書)를 나눠줬다. 관상감은 천문·지리·기후 관측·강우를 담당했다. 누
명경대
남궁창성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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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2월 11일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와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규탄’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면서 바닥에 ‘나를 밟고 가라’라는 플래카드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다음날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하자, “문재인 정부의 반민주 폭거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농성에 나선 것이다.그러나 며칠 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은 통과됐다. 황 대표가 ‘나를 밟고 가라’라며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했지만,
명경대
천남수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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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 30분이면 강릉에 닿을 수 있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건 꿈같은 얘기였다. 서울∼동해안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인 KTX강릉선이 개통되기 전, 열차는 제천∼태백∼삼척 등 강원남부권 태백준령을 돌고 돌아 무려 6시간이나 걸려야 강릉에 여장을 풀 수 있었다. 자정 무렵에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는 어둠을 꿇고 밤새도록 내달려 새벽 여명쯤에야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해 뜨는 시간에 맞춰 무박 열차 여행 상품으로 탄생한 것이 ‘정동진 해돋이 열차’이다. 고런 ‘고행의 여정’이 지난 2
명경대
최동열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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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이면 한해 사건이나 이슈를 정리하는 ‘올해의 10대 뉴스’가 보도된다. 한국 1년, 강원 1년이라는 현실사회는 같지만 선정 권한을 가진 측의 관점에 의해 선정되기에 ‘10대 뉴스’는 차이를 보인다. 신문사의 경우 보도를 담당하는 편집국에서 주도한다. 각 취재부서 기자들이 10대 뉴스로 추천한 내용을 부서장이 선별해 신문사 국장단에서 선정하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각 취재부서장이 추천한 내용을 대상으로 모든 기자 투표에 의해 득표순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가장 간단하기로는 편집국장이 부장단 회의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지금은 1
명경대
박미현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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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지관 박재상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 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된다. 지난 2018년 9월 개봉한 영화 ‘명당’은 젊은 영화 팬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관심을 모았다. 땅의 기운이나 지세를 통해 개인과 집안의 운명을
명경대
이수영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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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군수 심의검이 명종 15년(1559년) 거문고를 만들려고 향교 마당을 지키던 나무 한 그루를 베었다가 자기 모가지가 달아났다. 현종 11년(1670년)에도 남포현감 최양필이 거문고 재목으로 향교 앞뜰의 나무 한 그루를 잘랐다가 파직당했다. 조선조 지방정치의 우두머리를 단칼에 날린 것은 다름 아닌 오동나무였다.오동나무는 잘 자라 15~20년이면 재목이 된다. 성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도 잘 타지도 않는다. 장롱·문갑·소반·목침 등 생활용품으로 쓰이지 않은 곳이 없다. 나막신을 만들면 가볍고 편하며 땀도 차지 않았다고 한다. 소리울림
명경대
남궁창성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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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스탯(대표 김지연)의 ‘국민 기억으로 보는 2023년’이라는 보고서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케이스탯 K-패널 1031명에게 2023년 가장 기억나는 사건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32%)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26%), 전세 사기 피해 확산(25%), ‘만 나이’ 통일 시행(23%),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18%) 순으로 꼽았다.그런데 국민의 관심사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달랐다. 상반기에
명경대
천남수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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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국가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는 것은 생경한 일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아직 2주일 이상 남았지만, 호텔과 대형매장 등 거리 곳곳이 트리로 장식되고, 관광객과 국민들도 그것을 즐겼다. 아침에 호텔 앞에 공사용 가림막이 설치된 것을 보고, “상·하수도 공사를 하려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호텔에 돌아오니 그 자리에 높이 5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트리 장식이 들어서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태국 얘기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태국은 대표적인 불교 국가이다. 전 국민의 95%가 불교도이고, 전국에 4만여개의 불교 사원이
명경대
최동열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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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군가 ‘전선을 간다’가 낮게 흐르는 가운데 한 장의 흑백 기념사진이 점차 또렷해지며 마지막 인상을 남겼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장기독재 유신정권의 권력을 거머쥐게 된 것을 자축하며 승리를 만끽하던 12월 14일 촬영됐다. 전두환 노태우 최세창 등 신군부 핵심세력 얼굴이 일일이 박힌 이 사진은 무도한 정권 찬탈의 한국현대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공직 내 사조직 실체를 가리키는 상징물이 됐다. 이 흑백사진 속 군복을 입은 이들은 육군사관학교 11기를
명경대
박미현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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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반짝거리던 순간들만 남기고, 힘들고 슬픈 순간들은 다 잊어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리고 나도 잊어요.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엔딩이길…” 배우 이동욱이 드라마 ‘도깨비’에서 남긴 명대사는 아직 팬들의 가슴 속에 여운으로 남아 있다. 극 중에서 사람들을 죽음 뒤안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역할을 한 배우는, 삶의 가치를 깨닫고 다시 인간으로 환생했다. 극의 결말은 해피앤딩이었다. 도깨비뿐만 아니라 그는 출연한 작품마다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베스트극장 ‘길 밖에도 세상은 있어’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학교
명경대
이수영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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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겨울. 입대 후 첫 휴가차 시골집을 찾았다. 이등병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가장 그리웠던 식구가 댕댕이었다. 도서관에 있다 밤늦게 귀가하면 껑충껑충 뛰며 얼굴을 핥아주던 친구였다. 외롭고 힘들었던 20대 청춘을 같이 지냈다. “어머니! 아버지! 둘째 왔습니다.” 대문에 들어서는데 반갑게 뛰어나와야 할 댕댕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허전함을 알아챈 어머니가 슬픈 소식을 전했다. “얘야! 니가 오는 오늘 아침 백구가 죽었단다.” 짧은 휴가 내내 방에 틀어박혀 엉엉 울었다. 아들에게 항상 위로가 됐던 백구를 생각하며 아버지와 어
명경대
남궁창성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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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별도의 경로로 입국 절차를 밟는다. 우리 국민은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쉽게 입국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자부심은 자기 능력이나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부심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나의 능력을 믿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자부심은 우리의 업적을 통해 성장한다”라고 했고, 스티브 잡스는 “진정한 자부심은 내면에서 나온다. 그것은 외부
명경대
천남수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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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해변을 말할 때 사람들은 푸른 바다와 흰 파도, 은모래 백사장을 먼저 떠올린다. 이른바 해변을 구성하는 3요소이다. 그런데 동해안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다를 호위하듯 늘어선 해송림이다. 해송 숲의 풍치로 말하자면, 강릉은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곳이다. 남쪽 옥계에서 북쪽 끝단인 주문진까지 거의 모든 해변에 해송이 울창하다. 해송 숲이 있어 동해안 관광 1번지 경포가 완성되고, ‘솔향 강릉’의 아우라가 한층 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송정(松亭)’이라는 바닷가 마을 이름도 해송 숲에서 연유했다. 해송
명경대
최동열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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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이 어느 마을에 사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마을 소유 도로가 수용되면서 보상금이 나왔다. 주민에게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어서 마을회의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이장 선출 때 여성이 배제된 사실을 알게됐다. 이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2년 8월부터 여러가지 확인 조사를 거쳤다.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는 여성을 선거권과 피선거권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들어있지않았다. 이장은 마을회의에서 뽑아 개발위원장이 읍면장에게 추천하는 절차를 밟기 때문에 여성을 배제한 적은 없었다는 반론도 나왔다.그런데
명경대
박미현
202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