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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짙어 풀벌레도 비켜 간쓸쓸한 잎새 몇 장산길에서 만난 나뭇잎들살아온 날의 몫 만큼 색을 내고 있다뜨거운 날엔 몰랐던 빛깔참 곱게도 물들어간다
독자시
송현정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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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록 고물들을 모아가지만사람은 고물이 아니라고내 비록 가위는 맘대로 쳐 대지만막무가내로 장사하는 게 아니라고나름대로 소금쟁이 철학을 갖고 있던엿장수 아저씨빈병이나 깡통 쪼가리를 가져가면엿을 주었지만 멀쩡한 고무신이나 냄비를가져가면 되우 혼을 내 돌려보내던,아무거나 받지 않는 아저씨 때문에우리 할머니 고무신은 항상 짝짝이었고냄비도 쟁반도 반은 쭈그러져 있었다부엉이 산울림이엿장수 가위소리로 들려오는 저녁나는 하늘에 떠있는둥근 쟁반 하나를 본다.
독자시
김선영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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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고려명장 최영장군백골이 진토되어 불사이군 정몽주 충신그 정선 가슴에 깊이 앉고 하늘마저 가리워지는정선의 깊은 산골 거칠현동숨고 숨어 살면서 고려의 칠현 충신이 남기신명언 중에 명언 나의 아리랑나를 바로 세워야 나라가 부흥된다 진리와 철학의 아리랑수백번 되 뇌여도 깊이 깊이 새겨지는 아리랑아리랑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바로선다아리랑을 바로 세워야 세상이 밝아진다아리랑~~ 아리랑~~
독자시
이상운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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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눈물 많은 내가슬픔 많은 땅에서 살다 보니눈물샘이 말라 바닥이 드러났나 보다크나큰 슬픔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눈물이 마르니,샘 바닥에 불쑥불쑥 솟은 주먹돌처럼쓸데없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2.눈물 많은 내가감동 없는 땅에서 살다 보니눈물샘이 가득 차 철철 넘치나 보다조그마한 감동에도 눈물이 난다눈물이 흐르니,샘 바닥에 반짝반짝 피어나는 은모래처럼쓸데없이 잔웃음이 흘러나온다
독자시
김영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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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꿰맨 하늘 눈썹 풀린 새벽달이내 샌 창틈으로 황금 묻은 발길 소리선짓국 막걸리 한사발로 하루를 시작 한다천원에 후한 인심 차 한 잔에 오가는 정후덕한 원주민들 면면이 정겨운 아침푸성귀 번개 소쿠리에 미소도 함께 얹어당기고 미는 흥정 소통이 가벼운 날고르다 남은 상품 새 주인을 기다리고파장된 훌빈한 장터 눈먼 바람 기웃댄다.배밀이 이동 수레바퀴 촉촉한 눈길서린하루 해 끌고 가다 고삐 풀어 놓아 주며온 종일 트롯 음악에 고단한 몸 풀리는가
독자시
박초야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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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우리의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좀 더 둥글어지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독자시
이해인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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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루사과나무에빨갛게 익은 사과 하나침만 꼴깍이며종일을 기다리던 밤이똑 따먹고어, 내 사과사과 내놔, 내 사과 내놓으라고쉼 없이 보채는 낮의 성화에할 수 없이 밤은사과 대신 하늘 가득 별꽃을 피우고밤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낮은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와, 사과꽃이 저렇게 예쁘구나, 너무도 아름답다.그제야 잔뜩 났던 화가 풀려벙글벙글 웃으며“어둠아 내 사과 안 주어도 돼.”
독자시
황동남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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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날 햇볕 좋다들깻단 베어다 널어 말리니다듬고 털 새도 없이마당 가득 들깨향이 번진다.후~욱, 바람이 지나며 빈 뜰을고소한 향으로 채워주네덩달아 내 몸이 들깨 향이 되어우주에 가벼이 떠있는 듯한이 한 뜰과, 이 순간이텅 빈 것 같으면서도 뭔가 충만한 것 같은오늘은 들깨를 베는 날.
독자시
최현순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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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디 오는 것만 같아서저기 반정리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갈까 봐탐스럽게 익어간 여름이 끝났어야 할 시점에잠시 찬바람이 한 줌만 불어와도얼른 허리춤에 바지를 걸쳐 입고 뛰어나가고 싶은데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을 타고하늘에서는 높은 뭉게구름을 타며벌써 내 곁으로 다가왔어야 할 낙엽 떨어지는 소리이미 와 있어야만 했는데발걸음은 왜 이리 더디고 더딘지너무 성급한 마음에 뛰어오다가 넘어진 것은 아닌지딴 곳에 마음이 쏠려 제정신은 아닌지며칠째 너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봐도애타게 기다리는 내 마음만 분주한가 봐그래도 오늘은 아침밥을
독자시
김장기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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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처음 만나는 날보일 듯 말듯희미한 길이 생긴다.관심을 가지고 보면핑크빛의 싱그러움이풍기는 길이 보인다.오랫동안애정을 가지고 보면花香이가득한 큰 꽃길이아이와나 사이에아무도 모르게 생긴다.
독자시
장동준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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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프다.수학문제 하나에 아프고꼬리잡기 할 때 친구에게 빼앗긴 꼬리에도 아프다.아이들은 아프다.친구의 무심한 한 마디에 아프고선생님의 차가운 한 마디에 아프다.아이들은 아프다.엄마의 잔소리에 아프고아빠의 닫힌 귀에 아프다.아이들은 아프다.부모의 부부싸움에 아프고부모의 과한 기대에 아프다.
독자시
임종순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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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이다비의 속도는 발걸음 일정하지가 않다마찰음의 닿는 곳마다 기억의 날들을 식히고 있다폐허가 쌓아올린 파편들의 길을 따라 언어들이 성벽을 쌓네물길을 따라 넘쳐흐른 집들이 아우성이야새 길을 따라 흐른 통곡의 벽들이돌들만 남아 나뒹군 흔적들몸이 달처럼 울음을 머금고 있다마디마디 저물어 간다고 통증이 여물고 있다46일 동안 비, 저 풀벌레는 울음을 그치고 어디에서 살아냈을까혹독한 어제이었나 혹독한 내일인가
독자시
박광숙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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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첩첩 물 겹겹좁다란 분지 마을잿빛 개울가 까치발 건물산비탈 게딱지 같은 탄광사택하늘 오천 평쪽빛 바다를 앞뜰로 한갈남(삼척 어촌마을)에서짝꿍 영범이는골 깊은 하늘이 주는 중압감에늘 숨가빠했다막장 광부의 소박한 소망논 스무 마지기 그 절반 겨우 채우고마흔 살 설운 나이에 영면하신 아버지와자식 넷을 앞세운 애잔한 어머니가함께 잠든 땅시간은 아픈 기억도 아름답게 채색해가슴 한 켠에 추억으로 자리하고판잣집 창 백열등 불빛과늙은 광부의 바튼 기침소리마저도포근하고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곳흑백사진처럼 떠오르는 아련한 그리움저녁놀이 물들 때면집
독자시
고하림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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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토독톡그리움이 나에게 다가온다.마음을 열어달라고.켜켜이 먼지 쌓인다락방 속 내 앨범에서알밤 빠져나오듯 도르르 굴러나온 내 추억들이수채화 속 풍경 같은 나의 추억들이나를 미소 짓게 한다.자꾸만 희미해지는내 마음 속 추억들그만큼의 무게로그리움은 다가오고숱한 우리네 이야기들이켜켜이 쌓이고 쌓여서채석강의 바위처럼우뚝 서 있을 때파도처럼 휘몰아치며다가왔다 사라져가는내 젊은 날의 그리움이여아스라한 추억이여.설핏 미소지으며 다가오는 그리움마음을 열어달라고기억해 달라고톡도독톡토도독
독자시
김인숙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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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경포호수에자주 나가는 것은가슴속에 물결이 일기 때문이다그대가 달빛 출렁이는경포호수에 마음 섞는 것은가슴속에 그리움이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일 게다내가 깊어지지 않는 이 밤저 달은 내 가슴에 파고들까내가 나를 몰라저 달빛에 눈 맞춤은내게도 그리움이 있어 그렇겠지
독자시
심재칠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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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름크게 부르면빨간 벽돌담회색 담장그 너머창으로모두가내다보던그날이눈물로 맺힌다
독자시
이종봉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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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밀어내고여름이 초록으로색칠하고 있는 사이하늘이 풀어놓은 햇살에귀 기울이는 여름둥이들네가 먼저 내가 먼저바람타고 일어서는 초록 숲이소곤소곤 들려주는 빼곡한 이야기시원하게 들리나요
독자시
함경순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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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마다매미 울음이 매달려 있다배롱나무 가지마다연분홍 낙관 찍어 놓고미시령을 넘어가고 있는붉은 해
독자시
권정남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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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주인 없는 바다가내 것이었다생생한 내 몸이 물이었을 때온종일 물이 물위를 띄웠다밥물 잣듯 끓는 파도에내 몸 내주었다바다는 나를 헹구어 가지고 놀았다나도 바다에 엉기고 타고 만지고온몸 부비며 사랑했다지금은물기 빠진 이 육신삶의 때가 진득한 나바다가 다 받아 준다 하여나를 버리러 갔다가푸른 바다가 더럽혀질까 두려워바라만보다 돌아왔다
독자시
심재칠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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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배 타고함흥 원산 단천으로올라가다 올라가다다리 풀린청호동 아바이 아마이들그들은청호동 바닷가에신천마을 앵고치 마을 짜고치 마을돌아갈 수 없는 고향마을 이름을 부르다이제는 날개 꺾인청호동 울산바위다
독자시
김종헌
202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