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인양 필요성 다시 제기
유가족 “이제 시간이 없다”
1980년 1월 23일 고성 거진읍 앞바다에서 17명이 순직한 ‘해경 경비정 72정’ 침몰 사고와 경비정 인양 필요성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국회의원이 인양 예산 반영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는데, 최근 이 사고를 다룬 방송 이후 여당에서 인양 예산 확보 의지를 밝히고 나서 45년 동안 깊은 바닷 속에 가라앉아 있던 선체가 빠른 시일 내에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이들을 구해야 한다. 인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45년 전 동해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에 나선 17명의 대한민국 청년이 수심 108m 아래의 바닷속에 잠겨 있다. 애타는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분들이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인양에 필요한 예산, 어떻게든 한 번 해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날(20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해당 사고와 유가족의 이야기 등을 다룬데 따른 것이다.
앞서 강원 정치권에서는 해당 경비정 인양 문제를 일찌감치 제기해 왔다. 국회에서 처음 공식 제기된 것은 이양수 의원의 2018년 국정감사 발언인데 당시 질의도 다시 주목받았다.
이양수 의원은 당시 “유해를 유족 품으로 돌려달라는 부탁이 있다. 국민 모금이라도 하자거나, 인양했을 때 비로소 예우가 완료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며 수색과 인양을 촉구, 선체 수색으로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연히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었다.
이후에도 매년 국감 등을 통해 “어민 보호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직자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실제 2019년 해경이 사고 해역에서 선체를 발견했고, 이듬 해 전문 연구용역 등이 진행됐지만 이후 예산 미확보로 후속 조치가 늦어졌다. 정밀 탐색 등 인양에 필요한 예산 확보 논의가 오갔으나 코로나19 대비 예산 확보 등의 여파로 반영되지 못했다. 선체 발견 후 다시 6년이 흘렀으나 72정이 여전히 가라앉아 있는 이유다.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인양을 호소해 온 조병주 전 유가족대표협의회장(고 조병섭 경장 동생)은 “이제 부모님이 남아 계신 순직자들이 적고, 배우자 분들도 고령이라 하루빨리 진행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최근의 움직임은 다시 희망적이다. 해경과 해군은 지난 6월 인양을 위한 수중 현장 조사를 함께 실시했다. ‘꼬꼬무’ 제작진은 이번 방송 제작 과정에서 확보한 수심 108m 아래의 해경 72정의 촬영 영상을 해경 측에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경 경비정 72정은 1980년 1월 고성 거진읍 동방 4.02㎞ 해상에서 200t급 경비함 207함과 충돌, 침몰했다. 당시 경비에 나선 해양 경찰 9명과 의무전투경찰 8명 등 17명이 모두 순직했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고,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와 선박 인양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김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