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드라마·예능 넘나든 70년 연기 인생의 마침표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서울로 내려왔으며 호적상 출생연도는 1935년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조부모를 따라 장사를 도우며 성장했고 초등학교 시절 해방을,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을 겪었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당시 영화 ‘햄릿’을 본 뒤 배우의 길을 선택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된 이후 방송·영화·연극 등 전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주요 출연작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비롯해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한다. 1991∼1992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시청률 65%를 기록했다.
1970∼80년대 ‘사모곡’, ‘인목대비’, ‘풍운’, ‘독립문’ 등 사극에 꾸준히 출연했고 이후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 출연해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야동 순재’라는 별명 까지 얻으며 코믹 연기로 주목받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서는 강한 체력과 활발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극 분야에서도 활동을 이어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 등에 출연했으며, 2023년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정치권에서도 활동해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됐으며 민자당 부대변인, 한일의원연맹 간사를 지냈다.
이순재는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장례 절차와 빈소는 유족 뜻에 따라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