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도 외국인 노동자가 ‘대표 일꾼’
이제는 산업현장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외국인근로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강원도도 예외는 아니다.
■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
강릉에 위치한 한 A인력 업체 대표는 “일하는 사람이 5명이라면 2명은 외국인노동자”라며 “한국 사람들은 3D업종을 기피해 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씨의 업체에서는 주로 건설 현장에 인력을 파견한다. 대표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외국인노동자 중 미등록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아 이제 미등록외국인은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등록 카드나 건설 기초 수료증 등을 보고 파견하고 있어 미등록 사실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한다”며 “미등록외국인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소규모 업체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하는데, 암암리에 미등록외국인들도 섞여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최씨의 말처럼 암암리에 산업 현장에 파견되는 미등록외국인들이 안전과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울타리가 보장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는 걸까.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생생한 체험담들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원주의 한 공장 인근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출신 B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원룸텔에서 친구 세 명과 살고 있는데 음식을 해 먹거나 배달시켜 먹는 것조차 부담이 될 정도로 돈 모으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B씨는 원래 1년만 한국에서 지내려 했으나 목표치만큼 돈을 모으지 못해 비자 연장을 놓쳐 미등록외국인이 됐다고 말했다.
■ “몸이 좋지 않을 때, 비밀로 해야 해”
농어촌에서와 마찬가지로 건설·공업 현장에서도 외국인노동자에게 ‘질병’은 신체적타격 뿐만이 아닌 일상 전반에 타격을 주는 듯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C씨는 강릉의 한 공장에서 일한다. C씨에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몸이 좋지 않을 때도 그것을 비밀로 해야한다는 점을 꼽았다. C씨는 “외국인들이 다치거나 아프다고 표현하면 더이상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주위 외국인들에게 많이 들었다”며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일하려고 하고, 다 괜찮다고만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아프리카계 D씨는 근무 중 허리를 다쳐 오랫동안 일할 수 없게 됐고 이에 사측은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해왔다. D씨는 체류 기간이 짧게 남아 다른 공장으로도 취업할 수 없었다. 단기, 일용직을 전전하다 비자 갱신을 놓치고 미등록외국인이 됐다. 미등록외국인들의 경우 퇴직한 후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노동부 신고는 요원하기만 하다. 단속돼 추방될까봐 두렵기만 하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외국인노동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맑았다. 다만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그들의 삶에는 같은 한국 땅에 서 있다고 믿기지 않는 짙은 그늘이 있었다. 최경진·이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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