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 뿌리 내린 미등록외국인 근로자
전방위 산업 곳곳에 투입돼 현장을 이끌어가는 역군, 외국인노동자. 이들은 어떻게 일하며 어떻게 생활하는지, 외국인노동자들의 근로와 생활에 대해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 “더 부지런하다, 미등록인지 중요하지 않아”
“없으면 안 되지. 그럼 우리 농사 못 지어요”
강원 양구군에서 대규모 농사를 짓는 김 모(59)씨는 외국인노동자가 없다면 어떨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 농사고 뭐고 폐업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농사짓는 사람 집에 일하는 사람이 열 명 있다면 그중 7~8명은 외국인”이라며 “어떤 집은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의 농경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외국인노동자였다. 김씨는 “예전엔 외국인들이 게으르다는 얘기도 돌았는데, 요즘 보면 오히려 쟤네들(외국인노동자)이 더 부지런하다. 일도 더 열심히 해주는데 돈(인건비)은 더 적게 받으니까 얼마나 고맙나”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임금으로 일할 용의가 있는 경우가 많아,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농어촌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미등록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 오래 머물며 열심히 사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 아프면 큰일, 병원에라도 가면 하늘 무너져
업무와 생활 속 편견과 차별을 제하더라도 외국인노동자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캄보디아 출신 A씨는 철원에서 E-9(비전문취업)비자로 일하다 만료된 후에도 국내에 체류하면서 일을 했다. 비자가 만료된 후에도 출국하지 않아 자연스레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됐다. A씨는 평소 지병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원거리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센터에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나오면 혈압을 점검받는 식으로 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미등록 신분이 되자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센터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됐다.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이 느끼는 병원의 높은 문턱은 질병의 치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 B씨는 화천의 한 농장에서 외국인노동자 C씨와 함께 일하며 아이를 갖게 됐다. B씨는 취업활동 이 가능한 E-9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3년이 지나 재고용 되면서 비자가 연장,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E-7-4비자를 받았다. 다만 C씨는 미등록 체류자였다. 비용 걱정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던 B씨의 배를 보고 사업주가 임신 9개월만에 센터와 연계해 저렴한 비용으로 검진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렇다고 걱정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현행 출생신고의 근거 법률인 ‘가족관계등록법’은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국내 체류 미등록 외국인이 국내에서 출산한 아동의 경우 원천적으로 출생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경우 아이는 ‘그림자 아동’ 혹은 ‘미명이’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 가능성이 크다.
강원지역 1차산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인력들을 맞이하기에 우리 사회의 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최경진·이채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