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춘천시는 시민들에게 눈을 뜨고 바라보며 귀를 열어보라! 리서치 기관인 StartupBlink는 매년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갖추어진 국가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미국,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가 부동의 상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5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약진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 경제위기에 대응해 15년간 80억 달러를 투입해 첨단 연구단지를 조성한 결과 현재 2만 명의 연구 인력과 800개 기업이 입주한 아시아 최고의 혁신 클러스터를 탄생시켰다. 공공 주도의 선제적 안목이 오늘날 싱가포르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춘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캠프페이지 부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장기간 지켜보면서 이번 도시 재생혁신도시 사업은 우리 지역에 가져올 중대한 기회로 기대되고 있다.
춘천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가 직면한 현실은 냉엄하다. 기업유치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고, 각종 특구 지정을 통한 규제 특례, 세제 감면, 정주 여건 개선 등의 혜택이 표준화되면서 지역 간 차별화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유치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무엇보다 앵커 역할을 할 중량급기업이나 기관의 선제적 유치가 관건인 상황에서 마중물 없 는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은 거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2022년 말 강원도와 춘천시가 합의한 공동 담화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도청사와 행정복지타운을 고은리로 이전하고 캠프페이지 부지에 상응하는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도시공간의 효율적 재편과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옛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고, 첨단산업과 문화 주거 기능이 융화된 복합도시 공간을 창출하는 종합적 도시 재생 전략이다. 특히 캠프페이지라는 상징적 공간의 전환은 춘천의 도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미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춘천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복합적 정치적 계산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 발전이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주민들이 문화와 여가를 향유할 수 있는 도시, 미래 세대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혁신 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강원도는 이제 지역 발전의 큰 그림을 보고 결단해야 한다.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은 강원도 전체의 균형 발전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다. 지금은 협력과 상생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원도가 춘천시와 함께 지방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 이것이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있는 춘천시민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