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요즘에] 디지털에 병든 아이들, 그들에게 응답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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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굿네이버스 강원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 박미경 굿네이버스 강원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미디어 세대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디지털 세상과 만난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은 일상이 됐고, 육아 도우미로 사용되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다.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아이들의 일상은 디지털 기기와 기술에 깊이 스며들며 학습, 소통, 놀이, 여가까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디지털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과연 아이들은 안전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10대의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8시간에 달한다. 문제는 이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세상이 너무나 다양하고, 자극적이며, 통제되지 않는 콘텐츠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부모가 맞벌이거나 한부모 가정의 경우 스마트폰 속 세상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본 기관에서도 하루 16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성인 음란물, 폭력 게임, 숏폼 콘텐츠에 몰입한 끝에 등교를 거부하고 가족과 극심한 갈등을 겪는 아이를 상담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 중독된 이들은 현실 세계를 회피하며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도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2.6%가 과의존 위험군이며, 유아동의 20% 또한 이 범주에 포함된다. 청소년의 61.5%는 유튜브 등에서 폭력적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며, 선정적인 콘텐츠도 절반 이상이 경험하고 있다. 이 중 25%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가족·친구와의 갈등, 건강 문제, 학업 집중력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무제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진 디지털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극적이고 유해한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사회에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함께 증가했다. 디지털 과의존, 유해 콘텐츠 노출, 사이버폭력, 사생활 침해, 불법 도박, 약물 중독, 성범죄 피해, 그리고 불안·우울·섭식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되고 있다. 실제 상담 사례 중에는 오픈채팅을 통해 성인 남성과 조건만남을 이어가거나, 친구를 통해 불법 도박에 입문한 후 친구나 선후배에게 돈을 빌리고, 집안 물건을 팔아 금전적 손실을 보고 가족과 갈등을 빚고 법적 처분까지 받은 아동도 있다.

걸러지지 않은 유해 콘텐츠는 전염병처럼 퍼져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스마트폰 한 번의 터치로 언제 어디서든 유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며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 아이들은 여전히 유해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아동의 사용 습관이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아동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연대, 시의성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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