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예술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가 대단히 포괄적이며 그 속성 자체도 가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고 하겠다. 즉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그 모든 풍부한 다양함 속에서 삶을 펼쳐 보이며, 살아 숨 쉬는 것이다. 그러기에 개인적인 경험이나 진리, 현실, 역사, 전통에 접촉하여 창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 언어학, 심리학, 문화적 사회학적 사상과 뚜렷이 구별될 수 있는 어떠한 통일성, 정치성, 사회성, 경제성에도 과감하게 뛰어들어 한 가지 사례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발굴하는 자세로 ‘낯설게 하기’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상상으로 시작되어 상상으로 막을 내린다. 이성에서 보면 만나기 전 상상력이 펌프질로 머리통을 점령하고 끊임없이 지속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만나 그 상상력이 접합 지점을 찾았을 때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예술도 처음부터 상상력에 뛰어난 것이 아니다. 예술인은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살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해 용광로에서 녹이는 쇳물로 연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들어낸 농기구로 한 해 농사를 지어 풍년이었다면 그 농사짓는 것과 결실은 좋은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노크할 때, 이를 태면 깜짝 놀랄만한 생각이 나거나, 새소리 같은 신기한 소리가 들릴 때 이 관문이 열리며 새로운 정보의 진입을 허용하게 하여 창작의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리고 상상력은 무엇보다도 창의성과 긴밀하게 동거한다. 창의성은 수렴적 창의성과 발산적 창의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호적 사고, 추론적 사고, 종합적 사고, 대안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이 수렴적 창의성이고, 발산적 사고와 상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이 발산적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수렴적·발산적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예술적 소통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은 끝이 없다. 죽어서도 배우는 것이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격이다. 제아무리 작품을 잘 발표한다 해도 인격을 갖추지 않으면 신임받지 못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 예술 장르에 미치지 않으면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 예술인이다. 예술인이라는 말에는 존칭이 필요 없다. 우리 사회의 직업 중에 ‘인(人)’자가 붙는 것은 예술인뿐, 창작하기 위해서는 부지런과 인내가 필요하며, 가장 깊고도 이해가 쉬운, 남녀노소 다 감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죽음은 내 인생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칭, 예술인이라 하면 생에 최고의 작품을 생산하는 데 몰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