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18개 기초지자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접경지역이라고 하는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동해안 벨트라 일컫는 속초·양양·강릉·동해, 내륙지역인 춘천·원주·홍천·횡성·평창 그리고 이른바 폐광지역인 영월·정선·태백·삼척지역입니다.
폐광지역은 석탄생산량과 인구수에 있어 최고정점이었던 1988년에 정부의 일방적인 석탄산업합리화사업 발표로 그야말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산업재해도 많고 정주여건은 최악이었지만 상경기만큼은 서울 못지않아 제2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불과 5년 만에 인구는 반토막이 났고 지역을 지탱하던 광업소는 모광(母鑛)을 제외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른바 ‘탄광지역’에서 ‘폐광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폐광지역이라는 단어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라기보다는 강제로 문을 닫게 만든 정부가 가져다 붙인 이름이었고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스스로 붙인 이름은 아니었지만 주민의 아픔과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이름이었기에 이 이름에 기대어 지난 30여년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폐광지역이라고 하는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수년 전부터 일기 시작했고 새로운 이름, 이른바 정명(正名)의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정명은 그 이름에 역사성과 그 지역의 현실과 미래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몰역사적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름은 두고두고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습니다.
1995년 3월 3일 정선 고한·사북 주민들의 운동을 통해 폐광지역법이 제정됐고 올해가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들은 ‘폐광지역’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석탄산업 전환지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전환지역이라는 용어는 기후위기, 탄소중립시대에 이로 인한 피해지역의 주민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의미하는 보편적, 국제적 용어이기도 합니다.
폐광지역이라는 이름은 지역을 살리고자 한 선배세대들의 노고와 헌신의 이름으로 기리고 후배세대들에게는 석탄산업 전환지역이라는 미래산업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지역의 가능성을 열어주게 될 것입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역사의 순리는 과거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적시에 배턴을 넘겨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에서는 오는 9월 18일 강원랜드 컨벤션홀에서 석탄산업 전환지역 정명식을 갖고자 합니다.
주어진 이름이 아닌 주민 스스로 이름을 정명하는 것이야말로 이 땅의 주인이 주민임을 스스로 자각하는 민주주의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