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학주간 지리지 주제 포럼
이상균 교수 강원인 성품 조명
영동·영서 지역별 차이 분석도
사람들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시도는 늘 있었다. 한때는 혈액형, 최근에는 MBTI가 화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강원인의 성품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수려한 산세와 동해안의 비경, 하지만 외적에 대비해야하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삶을 일궈갔던 강원인은 순박하면서도 강인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로 묘사되곤 했다.
강원역사문화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센터장 김규운)는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대 60주년 기념관에서 ‘2025 강원학주간’ 행사를 개최했다. ‘기록된 공간, 살아있는 지역성: 지리지로 본 강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지리지의 학술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상균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는 19일 강원학대회에서 ‘지리지를 통해 본 강원의 로컬리티’를 발표해, 지리지에 기록된 강원인의 성품을 조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강원인의 상징은 ‘암하노불’로 평가된다. 직역하자면 ‘바위 아래의 늙은 부처’라는 뜻이다. 태조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조선팔도 백성들의 성품을 묻자, 이에 답한 내용이라고 전해진다. 암하노불은 큰일을 벌이지 않는 착한 산골의 인심을 빗댄 말로, 부처와 같이 평온하고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성품으로 풀이된다. 1921년 개벽에 소개된 내용에는 경기인은 ‘경중미인’, 충청인은 ‘청풍명월’, 전라인은 ‘풍전세류’, 경상인은 ‘태산교악’, 황해인은 ‘청파투석’, 평안인은 ‘청산맹호’, 함경인은 ‘이전투구’였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지리지 풍속조에 나타난 강원인의 성품을 지역별로 정리했다. ‘여지도서’에는 강원인의 성품은 순박하고 검소함과 다툼을 싫어하는 순우한 성품을 가졌다고 언급된다. 도시 문명의 복잡함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강원도의 특성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자립심이 강원인의 성품으로 나타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릉은 학문을 숭상하고 놀기를 좋아하며 노인을 공경하는 ‘청춘경로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척과 고성은 무격을 숭상하며 검소하다는 평이 나왔다. 양양은 장례를 서로 도와 정성으로 치른다고 했고, 춘천은 순후하고 아름답다는 기록이 나온다. 원주는 지식 등을 쌓는 축적을 숭상하고, 홍천은 순후하고 다툼이 작다고 했다. 영월, 평창, 인제는 어려운 일은 서로 돕고 순박한 성품을 지녔다는 기록이 있다. 정선은 ‘효제의 고을’, 횡성은 어른을 공경하는 성품을 지닌 지역으로 묘사된다. 철원은 순수하고 다툼이 적고, 양구 역시 순박하고 문무를 중요시했다.
영동과 영서를 대표하는 고을인 강릉과 원주는 성품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강릉인은 사치스럽고 노는 것을 즐기는 등 ‘놀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원주인은 부지런하고 저축에 힘쓰지만 ‘인색하다’는 것이다. 강원인이 귀신을 숭상하는 무속적 성향이 강하다는 묘사도 자주 나온다.
이 교수는 “영서의 척박하고 부족한 경작지와 영동이 마주한 격랑의 바다에서 물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경외의 대상을 통해 극복해 가고자 했던 의지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강원학대회는 ‘지리지를 통해 본 강원 역사경관과 명소’, ‘지리지 속 지역 로컬리티, 장소 공간분석을 통해 보다’ 등 6개의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강원학 연구 확대를 위해 개최한 ‘제1회 강원학 신진연구자 발표대회’에서는 이날 원주 출신 김보람 서울대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수료생의 ‘문화경관의 시선으로 본 산업도시 태백의 경관 형성과 변천’ 논문이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산업도시 태백 형성과 공간 구조를 짚고 탄광 해체로 변화한 장소성의 역사를 분석한 내용으로 연구 장려금 100만원을 받았다.
김진형·이채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