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104대 일본 여성총리로 탄생했다. 그의 자민당 총재 선출과 총리 지명은 향후 일본의 국내 정치와 한·일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자민당이 이끌던 중도보수는 후퇴하고, 일본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정당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 국내 정치를 불안정하게 하고, 일본에서도 우파 포퓰리즘이 현실이 되게 하였다. 이러한 정치 세력의 등장은 새로운 우파 연정을 통해 여러 정책에서 자국 우선을 주장하면서 자민당 보수정치의 생명을 단축시킬 것이다.
최근 자민당 정치는 아베 사망이후 구심력을 잃으며 약화되어 계속되는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자민당 보수정치에 황혼이 찾아왔다. 결국 자민당은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여 연정을 통해 정권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6년 동안 연립 정권을 담당한 공명당이 연정 이탈을 선언하면서 자민당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그 이후 야당들은 정권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대응에 분주하였다. 그러나 야당 분열로 다카이치의 정권 창출에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자민당은 다카이치와 아소 부총재의 막후 노력으로 일본유신회와 연정을 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이뤄진 자민당의 선택은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줄 것이다. 먼저 다가올 중의원 선거와 정치운영에서, 공명당과 헤어짐은 자민당이 공명당의 조직표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여 향후 선거에서 의석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간사이(關西)지방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유신회와의 연정으로 자민당은 그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잃어 포괄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향후 자민당 정치 운영의 한계로 드러날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의 틀은 ‘3파벌 연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므로 향후 정국 운영도 아소파(麻生派), 모테기파(茂木派), 아베파(安倍派)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그러므로 다카이치 정권의 성격은 강경 보수가 될 것이다. 특히 일본유신회와 연정으로 현실 정치에서 더욱 우경화를 강화하여,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카이치는 고이즈미와 아베 전 총리들로부터 함께 정치를 하면서 일본의 국가주의 강화에 노력한 정치인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우경화와 포퓰리즘에 매우 친화적인 정책적 태도를 가지면서 여러 정책에서 정치 이념과 가치를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야스쿠니 참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등과 같은 이슈에 보수 우익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카이치 정권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먼저, 우호적인 한·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과거 고이즈미와 아베 정권기의 정책들을 복기하고 대화하여야 한다. 한·일 간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단순히 반일(反日)하는 행동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동안 축적된 협력을 중시해 나가야 한다. 이재명·이시바 두 정상의 대화와 협력 외교를 바탕으로, 60년 동안의 역사적 교훈을 삼아 신(新)한·일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다카이치는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미·일 3국이 연계를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정책을 주도할 것이다. 현재 한·미·일 3국에게 경제안전보장 문제는 과제와 현안이므로, 실무형 협력외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자민당 정치 지도자들과 다각적인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면서, 미래 한·일관계를 유지·발전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카이치 정권은 과거 일본의 우파 정권이 전개한 역사정책을 교훈삼아 갈등보다는 협력관계를 위한 신뢰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보다 소프트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유를 가지면서, 21세기에 어울리는 화해협력 조약을 통해 역사와의 화해를 실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