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금요산책] 동해안 송전 제약, 지역경제의 심장을 조여서는 안 된다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국회 사무총장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국회 사무총장
강원 동해안이 만든 전기가 수도권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송전선로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발전소는 멈춰 서고, 지역경제는 숨이 막히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에서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현실, 이대로는 안 된다.

강원 동해안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 지역이다.

삼척·강릉·동해 일대에는 대규모 발전소가 밀집해 있으며, 최근 들어 신규 발전기들이 속속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가 제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애초 동해안~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는 2019년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 갈등과 각종 행정 지연으로 공사가 늦어져 현재 준공 목표는 2028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올해 10월 기준 전체 철탑 436기 중 70기만 조립된 상황으로, 실질적인 완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발전 설비는 19GW까지 늘었지만, 송전 가능한 용량은 11.6GW에 그쳐 약 7.4GW의 전력이 묶여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동해안 발전소들의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원전은 일정 송전권을 확보했지만, 민간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은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평화력은 약 25%, 강릉안인은 35%, 삼척블루파워는 20% 내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발전설비는 사실상 놀게 되고, 지역 일자리와 산업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피해는 이미 심각하다. 삼척블루파워는 내년 약 2900억 원, 강릉에코파워는 2026년 약 2800억 원 규모의 원리금 상환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송전 제약으로 인해 매년 2500억~3000억 원의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채무 상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민간 발전사들이 줄줄이 경영난에 빠지면 지역의 고용과 세수, 협력업체 생태계가 붕괴되고, 결국 지역경제의 심장이 멈출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전은 책임을 발전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공공 인프라인 송전선로의 이용이 특정 발전원, 특히 원전에 집중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법률자문에서도 이러한 차별적 운영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 발전사 역시 동등한 송전 이용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제는 지역의 시각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동해안 지역을 데이터센터 특화 클러스터로 지정해, 여유 전력을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동권은 약 6.5GW 규모의 여유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IT기업과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유치하기에 최적지다.

둘째, 송전망 접근 기준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공공망의 사용권이 특정 발전원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민간 발전사에 최소 1기 발전기 수준의 송전 이용권을 보장해야 한다. 발전율을 40% 수준으로 유지하면 한전의 LNG 대체 구매비용도 줄고, 발전사 생존도 가능해진다.

동해안 송전제약은 단순한 전력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경제와 일자리, 에너지 정의의 문제다.

전기를 생산하고도 보낼 수 없는 현실은 산업 비효율이자 국가적 손실이다. 정부와 한전은 더 이상 지연의 이유를 찾기보다, 지역과 함께 현실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정한 송전망 운영만이 에너지 전환 시대, 강원경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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