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전 세계는 다시 한번 산불의 공포를 마주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는 2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타며 수천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일본 홋카이도와 규슈 지역에서도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 속에 30년만 최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봄철 경북·울산·경남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서울시 면적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약 10만 헥타르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제 산불은 더 이상 특정한 계절에 발생하는 재난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해를 거듭할수록 길어지면서, 산불의 발생 시기가 봄에서 여름과 가을·겨울로 연중화되고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봄철에 집중되던 산불이 이제는 여름·가을·겨울철에도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전국에 산불은 총 397건이 발생했고 피해면적은 10만 5000㏊에 달합니다.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불법소각이 20%, 작업장 실화가 12%, 입산자 실화가 11%, 담뱃불과 화목보일러 화재가 8∼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한 원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작은 부주의로 시작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숲이 저마다의 빛으로 갈아입는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철 산불의 상당수는 영농부산물 소각에서 시작됩니다. 수확을 마친 뒤 논·밭두렁이나 과수원의 쓰레기, 영농부산물 등을 태우는 일이 오래된 농촌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씨는 순식간에 인근 산으로 번지며 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우고, 한 마을 전체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가을철 산불방지를 위하여 산림청은 올해 10월 20일부터 12월 15일까지를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한층 강화된 2025년 가을철 산불방지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동부지방산림청에서도 지역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여 산불재난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산불감시체계 강화를 위하여 산불무인감시카메라 24대를 운영하고 금년에 4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하여 산불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ICT 플랫폼을 도입하여 24시간 실시간 산불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출동과 초동 진화를 위하여 산림재난특수진화대를 신속대기조로 편성·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영농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산불 방지를 위하여‘관계부처 영농부산물 파쇄 합동지침’에 따라 관내 지자체와 협력하여 ‘찾아가는 파쇄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논밭두렁과 과수원에서 발생하는 영농부산물은 마을 단위로 수거 파쇄하여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불법소각 대신 파쇄 지원사업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대응과 관련하여 아무리 기술과 제도가 발전하더라도, 국민 한 사람의 관심과 실천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논과 밭에서 부산물을 태우지 않는 것’, ‘입산할 때는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우리의 생명과 산림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됩니다.
산불은 한순간의 방심과 편의주의가 만들어 내는 재난이자, 한 사람의 실수가 모두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사회재난입니다. 깊어져 가는 가을, 우리 모두의 손끝에서 산불이 시작되지 않도록, ‘태우지 않음’이 곧 ‘지킴’이라는 마음으로 산불예방에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산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그리고 아름다운 숲’을 위해 동부지방산림청은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