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기고] 미디어, 청년의 결혼을 멀어지게도 다시 불러들이기도 한다

▲ 황유찬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부 3학년
▲ 황유찬 연세대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부 3학년,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전국 대학생 네트워크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은 선택의 문제이기보다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비, 양육의 부담 등 현실적 이유만으로도 결혼은 멀게 느껴진다. 여기에 미디어가 덧씌운 ‘결혼의 이미지’는 청년들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결혼은 행복의 상징이 아닌, 포기해야 할 자유와 감내해야 할 고통의 대명사로 소비되고 있다.

드라마 속 결혼은 줄곧 불행한 전개다. 사랑의 결말로 시작된 결혼이 갈등과 오해로 이어지고, 이혼이나 외도 같은 자극적 전개로 마무리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결혼을 희생과 타협의 연속으로 묘사한다.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메시지는 어느새 ‘결혼은 고통이다’로 변질됐다. 이러한 서사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명분 아래 청년들에게 결혼을 ‘위험한 선택’으로 각인시킨다.

소셜미디어는 또 다른 방향에서 결혼을 왜곡한다. 완벽한 웨딩사진, 이상적인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은 청년들에게 비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혼 회의론’과 ‘남녀 갈등’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청년세대에게 결혼을 ‘공동체의 시작’이 아니라 ‘경제적 부담’과 ‘감정 소모’의 관계로 오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디어는 단지 결혼을 멀어지게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변화의 조짐도 뚜렷하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전통적인 성역할을 넘어서는 관계의 형태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함께 육아를 고민하고, 유튜브에서는 연인이 서로의 커리어와 삶을 존중하며 ‘동반자’로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목받는다.

보건행정학을 공부하며 느끼는 것은, 이런 변화가 단순히 문화적 흐름이 아니라 사회적 건강성의 지표라는 점이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는 사회이며, 관계 속에서 상호 돌봄이 이루어지는 사회다.

결혼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미디어가 청년세대의 현실을 공감하면서도, 협력과 존중의 관계를 보여준다면, 결혼은 두려움이 아닌 가능성의 상징이 될 것이다.

결국 결혼을 멀어지게도, 다시 불러들이게도 하는 힘은 같은 곳에 있다. 미디어의 서사가 바뀔 때, 청년들의 결혼관도 바뀐다.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보고 듣는 미디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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