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사회에서는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논의가 연일 화제다. “지역 발전의 기회”라는 기대감과 함께 “자연환경 훼손 및 난개발 문제”라는 우려감이 교차하고 있다. 영랑호는 속초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기에 개발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속초시가 추진 중인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총사업비 1조376억원, 부지 면적 131만8000㎡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영랑호 일원을 친환경 복합 관광지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을 비롯해 스포츠센터와 수영장, 야외식물원, 뮤지엄 등 다양한 시설이 포함돼 있어 북부권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청사진이지만 시민 신뢰와 협력의 문제를 외면한 개발은 사상누각과 같이 위태롭고 언제 붕괴될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영랑호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데 바로 2019년 4월 4일 대형산불로 전소된 영랑호리조트 별장형 콘도의 문제다. 당시 42개 동 가운데 27개 동이 불에 탔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건축물은 여전히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몇 년 전 법원 감정 절차를 이유로 철거가 지연됐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이후 어떠한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다.
우리는 이미 청학동에 있는 동양오피스텔로 이미 경험한 바 있으므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흉물스러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사업자의 사업추진 신뢰성 측면에서 시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초적인 정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을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접근이다. 해당 부지를 우선 정비해 시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선행돼야 하며 그 위에서 새로운 개발이 논의돼야 한다. 이번 사업은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으로 사업비 조달계획과 재원 확보의 실효성을 명확히 검증하고 속초시의회와 속초시에 사업 중단이나 자연 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이행보증 및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는 등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시는 행정절차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 이익과 환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수영장을 단순한 관광객 편의시설이 아닌 기부채납을 통해 시가 운영하는 시민 복지시설로 전환한다면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뮤지엄, 생태공원 등 공공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서는 시민이 편리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할인이나 무료개방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 환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사업 부지에는 속초시 소유의 토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승마장, 영랑호 습지, 일부 골프장 부지 등은 모두 시민의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본인은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존중하지만 화재 피해 콘도의 철거와 정비를 통한 자연친화적 환경 조성, 그리고 시민의 실질적 혜택을 담보할 기부채납 등의 약속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속초시의장으로서 해당 시유지의 매각을 승인할 의사가 전혀 없다.
개발 이전에 영랑호 자연환경 절대 보존과 시민의 신뢰 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이 분명하며, 이러한 사업에 대한 속초시 공유재산의 처분(매각)은 더욱 불가하다.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속초시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업이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규모가 크고 기대가 높다 하더라도 그 기초가 불신 위에 모래성처럼 세워져서는 안 된다.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상생의 모델이 될 때 비로소 이 사업은 ‘영랑호를 보존하면서 속초의 미래를 여는 관광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