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0 (수)

[목요단상] 지역상생의 해법 ‘정주 프로그램’

▲ 홍수현 교육학 박사 한림대 지역정주지원센터
▲ 홍수현 교육학 박사 한림대 지역정주지원센터

강원도의 대학생 가운데 60% 이상은 다른 시·도 출신이다. 4년간 대학생활이 끝나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나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들은 어떻게 하면 우수 인재들이 강원도에 정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전개하면서 지역 활성화와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과정에서 터득한 해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데이비드 콜브는 ‘경험학습’ 이론을 통해 진정한 학습은 네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구체적 경험 → 반성적 관찰 → 추상적 개념화 → 능동적 실험으로 이어지는 순환과정이다. 쉽게 말하면 직접 해보고(경험), 돌아보고(성찰), 깨닫고(이해), 다시 시도하는(적용) 과정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가설이다.

한림대 지역정주지원센터가 운영했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이야기가 이를 반증한다. “뉴스에서 흘려듣던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와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이 말이 ‘구체적 경험’이다. 그 학생은 계속해 말한다. “지역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제는 타인이 아닌 나의 문제로 다가왔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지역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바로 ‘반성적 관찰’을 거쳐 자신만의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다. 교실에서 백 번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 한 번 경험하는 것이 더 강력한 이유다. 학생들은 각 시·군의 당면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며, 지역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대학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지역 전문가들을 멘토로 모시는 것이다. 미국의 조직행동학자 캐시 크램에 따르면 멘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면서도 ‘너는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멘토링이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멘토로 참여하는 지역 전문가들은 “우수한 지역인재를 직접 발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각 기관의 책임자나 현장 전문가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역량을 파악하고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취업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런 선순환 구조가 확대된다면 지역정주의 실질적인 해법이 되지 않을까?

지역정주를 위한 협력적 생태계는 대학·지방정부·공공기관·학생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대학은 ‘앵커 기관’으로서 학생들이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방정부는 각 주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의 공공기관과 전문가들은 멘토가 되어 학생들과 관계를 맺으며 인재를 발굴하고, 학생들은 열린 마음으로 지역을 경험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한림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이런 철학에서 출발했다. 각 시·군의 특성에 맞춘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청년과 시민이 함께 지역 정책을 고민하는 장을 만든다. 또한 지역 기관과 협력해 학생과 주민이 서로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이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여기가 내 삶의 터전”이라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정주(定住)는 젊은이들이 지역을 서서히 알아가며 직접 경험하고, 지역 공동체의 주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거대한 정책보다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강원도 전역으로 확산돼 우리 강원도에 정착하는 청년들이 하루가 다르게 많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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